미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이의 관계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8일자 1면에 두 정치인이 36년 지기(知己)인 사실을 근거로 “롬니가 집권하면 이스라엘에 중동정책을 하청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자, 보수매체들이 “NYT가 음모론을 꾸미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둘은 1976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인 이들은 2년간 같은 회사에서 세계에 대한 동일한 견해를 습득했다. 이후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정부로, 롬니는 베인컴퍼니로 옮겼으나 관계는 유지됐다. 롬니의 친구이자 회사 동료는 네타냐후와 결혼하기도 했다.
NYT는 둘의 관계가 서로의 인적 네트워크와 보수 이념에 의해 강화됐고, 자연히 중동 현안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나누는 관계로 이어졌다고 했다. 롬니는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공통된 경험과 동일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네타냐후를 평했다. 네타냐후는 “(롬니와) 같은 지적 신병훈련소에 다녔다”면서 “성장배경은 다르지만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방법은 동일하다”고 했다.
2월7일 공화당 슈퍼화요일에 네타냐후가 롬니에게 전화로 이란 문제를 브리핑한 것은 둘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롬니는 “네타냐후와 협의하기 전에 어떤 이스라엘 정책도 결정하지 않겠다”며 그를 배려하고 있다.
둘의 관계가 위험해 보이는 것은 이란 핵 해법에 대한 견해가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다. 네타냐후가 해법으로 무력 공습을 원하고, 롬니는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다.
마틴 인다이크 전 주 이스라엘 미 대사는 “롬니의 말은 중동정책을 이스라엘에 하청을 준다는 것”이라며“롬니가 집권하면 네타냐후에게 백악관 출입증이 제공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그러나 일간 뉴욕선은 “NYT 기사가 외교정책에 대한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의도가 있는 기사로 몰아갔다. 보수 블로그 매체인 아메리칸 싱커는 “오바마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관한 결정을 할 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협의하지 않느냐”며 NYT 기사를 음모적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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