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의 최초 신고를 받았던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와 담당 경찰서의 현장 수색, 감독 및 통제가 모두 부실했던 것으로 8일 경찰 자체 감찰 결과 확인됐다. 또 현장수색에 필요한 주요 정보는 전달되지도 않았고, 초동 수색은 수박 겉핥기였다. 범행현장 보존도 언론사 기자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경찰조직의 장점은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체계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어디서도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건 담당 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은 하루가 지나 경찰서장에게 보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동부파출소 소속 순찰1팀장은 파출소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기경찰청 형사과장과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범인 우웬춘(42)씨를 검거한 이후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 이들이 받은 보고에도 사건 경위는 쏙 빠진 채 '신속하게 검거했다'는 내용만 있었을 뿐이다.
A씨 살해사건 수사 부실은 최초 신고를 받은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에서부터 시작됐다. 센터 팀장은 A씨의 켜진 휴대폰을 통해 6분간이나 비명 소리 등 긴박한 현장 상황이 그대로 전해졌는데도 지령 수준을 격상하지 않았다. A씨가 '집안'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줬으나 현장 경찰관들에게는 이 조차 전달 되지 않았다. 신고 접수 후 44초부터 6분50초간 112센터 직원들이 함께 듣는'내부 공청'은 했지만 정작 현장 출동 경찰관들이 들을 수 있는 '외부 공청'은 무시했다.
현장 수색 역시 부실해 신고 후 3분부터 9분 사이에 순찰차 5대와 형사기동대차량 1대 등 총 16명이 현장에 비교적 신속하게 도착했다. 그러나 수색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우씨 집과는 200m 이상 떨어진 도로 주변과 빈집, 폐가, 학교 운동장 등만 수색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불 꺼진 집은 탐문도 하지 않았고, 불 켜진 집은 창문에 '귀 대기'로 탐문했을 뿐이다.
일부 경찰관들은 탐문 도중 유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형사기동대 차 안에서 잠까지 자는 등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현장을 지휘 통제해야 할 수원중부경찰서 상황관리관과 형사과장은 판단미숙으로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최고 상황인 '코드1'이 발령됐어도 상황관리관은 인원 증원을 무시했다. 범행 지역을 관할하는 동부파출소 지휘관도 현장에 직접 가지 않은 채 파출소만 지켰다.
경찰은 우씨 집의 현장관리에도 허술했다. 집 주인의 요청으로 사건발생 4일만에 사건현장에 대한 폴리스라인이 제거됐고, 현장 관리 경찰관도 배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추가 현장검증이 끝나기도 전 언론사 기자들이 우씨 집 창문을 부수고 집안에 침입해 현장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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