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 이란 도움 받아 해적피랍 선원 구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 이란 도움 받아 해적피랍 선원 구출

입력
2012.04.08 17:37
0 0

중국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자국 선원 28명을 단 9시간 만에 안전하게 구조했다. 선원들이 당황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한 것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됐지만, 미국의 계속되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끈끈한 유대를 이어온 중국 외교 전략의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난징(南京)원양공사 소속 2만톤급 화물선 샹화먼(祥華門)호가 피랍 사실을 알린 것은 6일 오후 1시 6분. 이란 남서부의 한 항구로 철을 운반 중이었던 샹화먼호가 오만 해역과 페르시아만이 만나는 곳에서 속도를 늦추자 로켓발사기와 AK 소총으로 무장한 소말리아 해적 9명이 배에 올라탔다. 선원 대부분이 선상 안전구역으로 급히 이동한 후 문을 잠갔지만 조타실과 기관실까지 내줄 순 없었다. 결국 허펑(何鋒) 선장과 리성밍(李生明) 기관장이 해적에게 붙잡혔고 나머지 선원도 구금됐다.

같은 시각 중국 베이징과 이란의 해상수색구조센터(RCC)에 구조 신호가 접수됐다. 이때부터 양국 외교부와 주이란중국대사관, 이란 해군 등이 긴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란 해군 함정 두 척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건 발생 1시간도 안된 오후 2시였다. 함정에는 중국어와 이란어에 능통한 선원도 승선해 있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구조 작전에도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 출동 직전 급하게 사람을 구한 것이다.

이란 함정 두 척은 곧바로 샹화먼호 추격 작전을 시작했다. 당황한 해적은 허 선장과 리 기관장에게 속도를 더 높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리 기관장은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다 기관실을 점거하고 있던 해적들이 바람을 쐬러 나간 사이 위성전화를 이용, 이란 해군 측에 해적들의 위치 등을 정확하게 알렸다. 리 기관장은 오후 9시가 넘어 감시가 소홀해지자 전력 공급선을 차단해버렸다. 배의 불이 모두 꺼지자 리 기관장은 선원 4명과 함께 바다로 뛰어내려 이란 군함으로 헤엄쳐갔다. 허 선장은 엔진이 멈추자 기관실로 가야 한다며 해적들을 속여 갑판으로 나온 뒤 바다에 뛰어 내렸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이후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고 결국 이란 함정에서 띄운 헬기가 갑판에 내리자 손을 들고 항복했다. 오후 10시 허 선장과 리 기관장을 비롯, 선원 28명 모두의 안전이 확인됐다. 9시간 동안의 공포가 안도로 바뀐 순간이었다.

쉬?齋?徐傳光) 중국난징원양공사 사장은 7일 "해적들에 용감하게 맞선 선원 28명 모두에게 1인당 1만달러씩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당 중앙과 긴밀하게 협의했다"며 "국가는 인민의 두터운 방패"라고 밝혔다.

에너지 확보가 지상과제인 중국은 미국 주도의 대(對) 이란 제재에 반대하며 이란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산 원유의 위안화 결제도 추진하고 있다. 이란도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