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시간을 파는 상점' 출간 김선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시간을 파는 상점' 출간 김선영

입력
2012.04.08 12:10
0 0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시간을 파는 상점> 이 출간됐다. '시간의 흐름'이란 다소 관념적인 소재를 흥미롭게 엮어내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이다.

작가 김선영씨는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10년 소설집 <밀례> 를 냈다. 한동안 방황 끝에 청소년 소설에 눈을 돌리고야 '품이 딱 맞는 옷을 찾았다'는 그는 '요즘 쏟아져 나오는 청소년 소설과 다르게 쓰자'는 다짐에서 문제아가 아닌 평범한 여고생을 주인공 삼고 철학을 녹여 넣었다. 그는 " <들뢰즈, 유동의 철학> 을 읽고 시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다 신문에서 '시간을 판다'는 중국 여자의 기사를 보고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여고생 온조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며 돈도 벌고 싶어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란 닉네임을 달고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연다. 고대의 신 크로노스는 시간의 경계를 관장하는 신으로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물리적 시간을 상징한다. 온조는 옆 반에서 일어난 PMP 분실 사건의 목격자에게서 친구가 훔친 PMP를 제자리에 놓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가까스로 첫 미션을 성공한다. 두 번째 의뢰는 재산 문제로 불화를 겪는 가정의 아이가 자신 대신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해달라는 것. 은조는 의뢰인의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객관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지만 의미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깨닫는다. '학교에서도 함께 먹는 친구는 따로 있다. 반이 달라도 급식실에서 기필코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는다. 인간의 본능 중 행복한 행위를 함께하고 싶은 욕구, 그게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66쪽)

온조는 천국의 우편배달부가 되어달라, 친구가 되어달라는 의뢰를 해결하며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PMP 사건이 다시 불거지면서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에 말려든다.

김씨는 "소설 구상 당시 아들 또래의 아이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이 (<들뢰즈...> 책과 신문 기사를 잇는) 강력한 실타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도난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아이에게 선생님이 '내일 보자'라는 말로 시간을 유예시켰던 모양입니다. 그 아이는 밤사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날 스스로 죽었습니다. 얼마나 그 시간이 견디기 힘들었을까요. 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꽃다운 아이들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제가 생각하고 있던 '시간'과 교차되는 느낌이 들었죠."

시간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로 출발한 소설은 추리소설 기법을 차용해 속도감 있게 전개되다가 하이틴로맨스로 빠진다. '아이들이 한 뼘 더 성장했다'는 착한 결말이 아쉽지만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디딤돌'이란 심사평(이상권)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작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