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모든 딸들을 대신해서 링에 오르겠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을 향해서 주먹을 날릴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18세 여성 복서 사다프 라히미가 전 세계를 향해 당찬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최근 와일드 카드로 런던올림픽 여자 복싱 출전 티켓을 따냈다. 여자 복싱은 런던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라히미는 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아프간 여성들은 2등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푸른색 부르카를 뒤집어 쓰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며 “복싱을 통해 많은 여성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히미의 도전과 달리 그의 아버지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딸이 더 이상 복싱을 못하게 하라”는 압력을 견뎌내야 했다.
아프간에선 여성들의 몸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자 복싱경기는 정규 경기장에서 구경할 수 없다. 천대받는 스포츠인 셈이다. 라히미가 임시로 지은 허름한 체육관에서 훈련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나마 허용된 시간은 일주일에 단 3시간. 다른 종목 선수들도 같은 장소에서 훈련해야 하는 탓이다.
체육관 내부는 조도가 낮아 어두침침한데다 유리창이 반쯤 깨져있고 바닥엔 먼저가 수북이 쌓여있다. 제대로 된 훈련장비가 있을 리 없다. 라히미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장비를 사야 했다고 외신에 전했다. 라히미는 “경쟁자들이 나보다 몇 배 더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 역시 메달을 목에 걸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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