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씨가 2010년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에 대해 "사찰이나 압력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5일(현지시간) 말했다. 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행사를 앞두고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추도행사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결국 갔다"며 "압력으로 느꼈다면 (행사에) 안 갔을 텐데, 갔기 때문에 압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열린 '청춘콘서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사찰의혹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씨는 "당시 국정원 직원은 굉장히 매너가 있고 깔끔했다"며 "내가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국정원보다 훨씬 치열하게 (추도행사 사회를) 말렸던 사람은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사찰 문건과 관련, 김씨는 "작성한 쪽에서 밝히는 게 옳다"며 "저 같은 사람한테까지 사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추도행사 사회를 본 뒤부터 방송출연이 줄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음을 간접 인정했다. 그는 "그 이전부터 방송이 제 능력(부족) 때문에 끊기고 있었고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은 가만히 놔둬도 제가 없어졌을 것"이라며 "(당국이)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김씨는 "저를 자꾸 '거물'로 만들어서 부담스럽다"고 비틀어 비판하기도 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