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말리 공화국의 팀북투(Timbuktu)라는 도시는 아프리카의 ‘엘 도라도’(황금이 넘쳐난다는 미지의 황금향)로 불린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라고 적혀 있는 곳이다. 프랑스어로는 통북투(Tombouctou)로 불리는 이곳은 19세기까지 유럽인들에게 전설이나 신화에서나 존재하는 도시였다. 옥스퍼드 사전처럼 ‘아주 머나먼 곳’으로의 긴 여정을 묘사할 때 “이곳에서 팀북투까지”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자 리처드 샤피로는 BBC 방송에 “1830년 유럽인들이 팀북투를 발견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문서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록한 것들”이라며 “남미에서 엄청난 유물을 갖고 온 스페인처럼, 아프리카를 대하는 영국의 속내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유럽인의 눈에는 팀북투가 황금을 약탈할 수 있는 식민지 정도로 보였겠지만, 사하라 대상로와 니제르 강 사이 중간 기착지인 팀북투는 실은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전파하는 중심지이자 서아프리카 무역의 거점이었다.
유혈사태가 계속되는 중동의 시리아, 이란 핵개발 의혹,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가 처음으로 제도권 정치 무대에 입성한 미얀마에 이어 최근 말리가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처우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지난달 말 쿠데타를 일으켜 아무두 투마니 투레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틈타 투아레그족이 팀북투를 공격하는 등 북부지역 장악에 나서면서 사태는 더욱 꼬이고 있다. 말리 북부에 사는 투아레그족은 12세기 팀북투를 처음 세운 유목민의 후손으로, 예전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정부군과 잦은 충돌을 빚어 왔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1988년 이 지역 이슬람 사원인 징가레이 베르, 상코레, 시디 야히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4~15세기 무렵 지어진 이 사원들은 팀북투가 16세기까지 아프리카로 통하는 이슬람 선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진흙으로 쌓아 올린 사원들은 매년 우기에 진흙이 씻겨 내려가면 다시 흙을 발라 보강하는 방식으로 800년 이상 이어져왔다.
역사가 1300년대까지 올라가는 상코레 대학의 탄생지도 팀북투이다. 이 대학 도서관 60여 곳은 낙타 가죽에 쓴 70만권의 서적들이 아직도 전해오는 아프리카 지식의 보고다. “금은 남쪽에서, 소금은 북쪽에서 나고 진정한 지식은 팀북투에서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쿠데타와 내전으로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위험에 처하자,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정부군과 반군에게 “팀북투의 경이로운 건축물이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말리의 주요 정당들은 쿠데타로 민주정권을 강탈한 군부가 주도하는 국가회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분간 정정 불안은 불가피하다. 쿠데타를 이끈 아마두 사노고 대위는 헌정 질서를 회복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마하기 위해 각계 각층의 주요 인사와 정치인들이 참가하는 회의를 제안했다. 표면적으로는 새 총선까지 나라를 이끌 과도정부를 구성하자는 것이지만, 속셈은 정권 이양을 늦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까지 준동할 조짐을 보이면서 ‘황금빛 도시’ 팀북투의 위기는 높아지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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