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국정원이 민간사찰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국가가 박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일하던 지난 2009년 6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희망제작소가 지역홍보센터 사업을 3년에 걸쳐 하기로 행정안전부와 계약을 했는데, 1년 만에 해약 통보를 받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국정원에서 개입했다고 한다"고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국정원은 "국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국민을 사찰하고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했다는 인상을 갖게 해 국정원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가 명의로 박 시장에게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 재판부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지만 명백한 허위사실의 유포나 악의적인 비방과 같은 행위 등 일정 범위 내에서는 예외적으로 법적 보호 대상이 된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 박 시장의 주장이 현실적인 악의에 기인한 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기가 어려워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박 시장에 대한 확정 판결은 국정원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한 방송인 김미화씨를 상대로 한 국정원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정원은 최근 김씨가 "국정원 직원이 두 번 찾아왔으며 VIP가 못마땅해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하자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인 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시장 판결을 근거로 볼 때 단순한 경험을 얘기한 김미화씨의 발언을 가지고,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박 시장은 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반성하지 않고 강경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지금 이런 것들(사찰 의혹)을 키웠다"며 "지금은 정말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그런 상황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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