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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배타성·성장주의·극우·친미, 한국 개신교가 병든 이유

입력
2012.04.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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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K, 교회를 나가다/김진호 지음 /현암사 발행ㆍ280쪽ㆍ1만3800원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강영안 지음/한길사 발행ㆍ321쪽ㆍ1만7000원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한국 개신교 신자가 2005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5년 860만명으로 1995년에 비해 1.4%나 줄었다. 한국전쟁 직후를 제외하고는 처음 겪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공공의 적'이 돼 버린 쇠락하는 한국 교회를 성찰하고 개혁을 모색하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를 펴낸 민중신학자 김진호 목사는 한국 교회를 대수술을 받아야 할 중환자라고 진단한다. 대형교회의 목회자 세습, 면세, 교회 매매 등으로 인해 한국 교회는 보수세력의 부정과 부패가 응축된 곳으로 변해 교인들이 자긍심을 느끼기는커녕 교인임을 감출 정도로 부끄러움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가 중병을 앓게 된 것은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과 대형 교회로 대표되는 성장지상주의, 극우반공, 친미성향 때문이라고 꼽았다. 김 목사는 이 네 가지 특성을 복합적인 역사의 산물로 본다. 개신교에서도 가장 근본주의적인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에 의해 신앙의 싹을 틔운 한국 교회는 배타성과 친미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굴욕감과 수치심에 사로잡혔다. 이 같은 굴욕감과 수치심은 '적그리스도'인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로 바뀌었다. 여기에다 개발독재를 이끌던 박정희 정권이 반공을 내세운 영락교회 등 주류 한국 교회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면서 한국 교회가 세계 유례없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불가능은 없다> 의 저자 로버트 슐러 목사를 비롯해 <목적을 이끄는 삶> 의 저자인 릭 워렌 목사, <긍정의 힘> 의 저자인 조엘 오스틴 목사 등이 주장하는 '번영 신학'이 물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중산층의 욕망과 결합하면서 교회 성장을 추동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신자가 떠나는 한국 교회가 부흥할 수 있을까. 김 목사는 성장지상주의의 표상인 대형 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작은 교회'로 돌아가 이주 노동자와 성매매 여성, 새터민 등 그 동안 한국 교회가 외면했던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 의 저자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교수도 한국 교회가 사회의 걱정을 들을 정도로 부끄러움의 대상이 돼버려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데에는 김 목사와 인식의 궤를 같이한다. 한국 교회는 교회 몸집 키우기에 급급하는 성장주의의 우상에 발목이 잡혀있고, 담임목사의 대물림 등에서 보듯이 목회자의 윤리의식이 부재하고, 교인들은 이웃에 눈감은 채 죽을 때까지 복받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독교'로 표현되는 반기독교 정서가 사회에 만연해 있고, 교인들의 배타성으로 인해 다른 종교 특히 불교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 교회와 교인이 어떻게 거듭나야 한다는 강 교수의 처방전도 김 목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강 교수는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한1서)는 신약성경의 말씀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른 믿음을 가지고, 의롭고 거룩하고 정결한 삶을 살면서, 사회 속에서 자기희생을 통한 사랑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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