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이니 '인기몰이' 정도의 사후 평가가 아니라 차라리 '베스트셀러 제조기'라 부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 4인방의 책이 출판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냈다 하면 거의 주간 베스트셀러 1위다.
지난해 6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의 <조국 현상을 말한다> (미래를소유한사람들 발행) 이후 김어준씨의 <닥치고 정치> (푸른숲), 정봉주 전 의원의 <달려라 정봉주> (왕의서재), 또 김용민씨의 <보수를 팝니다> (퍼플카우)에 이어 지난달 말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주기자> (푸른숲)가 잇따라 출간됐다. BBK 주가 조작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수감된 정 전 의원은 수감 직전의 모습과 옥중에서 쓴 편지글을 묶은 에세이 <울지마 정봉주> (상상너머)도 곧 낸다. 울지마> 주기자> 보수를> 달려라> 닥치고> 조국>
최근 6개월 사이 나꼼수 출연자 전원이 한 권 이상 책을 냈고 김용민씨의 책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간 즉시 교보문고 등의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1위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았던 것은 나꼼수 멤버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김어준씨의 <닥치고 정치> . 지난해 10월 출간돼 지금까지 50만부 이상이 팔렸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와 맞먹는 판매 부수다. 정 전 의원의 책은 12만부, 책을 여러 권 낸 김용민씨의 경우 <조국 현상을 말한다> 가 6만부 정도 팔렸다. 조국> 닥치고>
그런데 초반 판매 속도로만 보면 주진우 기자의 책이 김어준 책을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점 판매 시작 전 2주 동안 예약 판매로만 팔린 부수가 1만부. <닥치고 정치> 의 2배다. 본격적인 서점 판매 후 일주일 만에 예약판매분까지 포함해 10만부가 나갔다.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3월28일~4월3일) 1위다. 닥치고>
이 책은 예약 판매 동안 제목이 <이것이 팩트다> (나꼼수 방송에서는 거기서 나누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팩트'라는 말을 즐겨 쓴다)였다. 하지만 출간 직전 "나꼼수의 이미지를 더 잘 반영한다"는 나꼼수 멤버들의 제안에 따라 <주기자> 로 개명했다. 자신의 취재 경험을 녹여 가며 한국의 검찰, 경찰, 대기업 삼성, 교회와 성당 등 종교, 주류 언론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주기자> 이것이>
나꼼수 4인방 책의 폭발적인 위력은 지난해 말 이미 청취자 600만명을 돌파한 뉴미디어 나꼼수 자체의 위력 때문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나꼼수 방송에서 책이 언급만 돼도 판매량이 확연히 달라지는 상황이다. 푸른숲 관계자는 "주 기자의 경우 팬클럽까지 있어 이 정도 판매는 충분히 예상했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책 내용의 영화ㆍ드라마화라든지 책과 연계된 화제를 만드는 출판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나꼼수 책의 출판도 이런 마케팅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고 풀이한다. 인터넷서점은 이들 책을 '나꼼수 세트'로 묶어 팔고 있다. 덧붙이자면, 이건 팩트는 아니고 소문인데 "나꼼수에서 한 마디 해달라고 실제 로비도 많이 하는 모양"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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