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선거는 곧잘 중원 싸움에 비유된다. 대전∙충남∙충북은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수도권과 함께 선거 승부를 가르는 '캐스팅보트'지역 역할을 해왔다.
충청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영∙호남의 패권 다툼으로 비치는 선거 흐름이 나타나면 신민주공화당, 자민련, 자유선진당 등 '지역 정당'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냈다. 18대 총선 당시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이 고전하고, 자유선진당이 위력을 발휘했다. 새누리당은 전국적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으나 충청권에선 1곳을 얻는 데 그쳤다. 선진당은 대전∙충남에서 바람을 일으키면서 14석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충북에서 선전하면서 8석을 건졌다.
이번 총선 중반전까지의 판세는 일단 삼국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등 어느 정당도 헤게모니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볼 때 현재 판세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선진당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신설된 세종시를 포함한 25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 각각 10곳 가량이고, 선진당이 우세한 지역이 5, 6곳이다. 충남∙대전에서는 3당이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충북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지역이 많다.
선진당이 지난 총선에 비해 어려운 싸움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국적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호각지세를 보이면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선진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정당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 이 밖에도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대표의 갈등, 선진당이 주요 현안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 등도 선진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만으로 충청권 표심을 판단할 수는 없다. 선진당을 지지하는 보수층들이 여론조사에서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표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투표함으로 열었을 때는 선진당이 여론조사에 비해서는 더 많은 득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표 결과 3당이 충청권 의석을 비슷한 규모로 나눠가질 가능성도 있고, 선진당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비해 다소 밀릴 수도 있다.
충청권의 최대 관심 지역인 세종시의 승부를 예측할 때도 이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이해찬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선진당 심대평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개표했을 때는 이 후보와 심 후보의 치열한 접전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세종시 문제와 과학벨트 분산 배치 등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 새누리당은 이런 현안에서는 불리한 입장에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 등은 충청권에는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충청권에서는 세대 간의 표심 차이도 존재한다. 고령층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있으나 젊은층에서는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정당 투표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석용 대전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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