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이 수사 진행 중인 사건 피의자의 여자친구에게 "선처해 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가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인터넷범죄수사센터 수사관 이모씨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하던 중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대리운전 이용 고객 정보 2,600만여 건 유출 사건(본보 5일자 10면) 피의자였다. 그는 해커에게 돈을 주고 고객 정보를 산 뒤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운전업체 영업에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 B씨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남자친구에 이어 조사를 받은 B씨에게 먼저 연락해 "조금만 더 수사를 깊게 하면 당신까지 연루된 정황이 나올 것 같다"며 넌지시 1,000만원을 요구했다. 사건과 크게 관련이 없었던 B씨는 이씨의 말에 겁을 먹고 1,0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 이씨는 B씨에게 연락했다. B씨는 영장까지 청구된 남자친구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씨는 "서울 서초동 변호사를 쓰려면 2,000만원 정도는 드는데, 영장 청구까지 가면 그마저 소용없다. 왜 멀리서 해결책을 찾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B씨는 이 말을 듣고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 B씨는 이후 "이씨가 선처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진정서와 함께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씨는 수사관에서 피의자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이씨에 대해 뇌물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5일 기각됐다. 법원은 "이씨의 죄질이 좋지 않지만, 녹취록이 있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B씨의 남자친구 A씨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지난 3일 불구속 기소됐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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