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노무현 정부 당시 정권 실세의 개입으로 참여정부의 사찰문건을 대거 폐기했다는 주장을 총리실과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제기했다. 2008년 2월 총리실 조사심의관실 폐지가 결정되자 장 전 주무관이 직원들과 함께 파쇄기를 이용해 보고서를 없애고 해머를 이용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파기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여정부가 정권 이양에 앞서 사찰 기록을 은폐하려고 고의로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정치적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5일 세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장 전 주무관은 이 같은 점을 감지한 듯 취재진에게 당시 조사심의관실의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의 해명의 요지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 참여정부 문건을 파기했으며, 자신은 파기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은 "국가정보원 직원이 정부종합청사 내 조사심의관실을 방문한 것은 2008년 3월 10일이고, 나는 3월 13일에 사무실을 떠났기 때문에 파기가 이뤄진 시점은 참여정부 때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이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 과정도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에 필요하다며 삭제 프로그램이 담긴 CD를 건넸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기록물연구소에 그냥 인계했다"고 밝혔다. 또 물리적 파기 요청도 받았지만 응하지 않고 기록물연구소에 넘겼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 전 주무관은 "30~40개 정도 되는 하드디스크를 어떻게 다 파기하느냐. 며칠 뒤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파기를 지시받은 이유에 대해 장 전 주무관은 "국정원 직원이 '부서가 없어지면 파기하는 게 규정'이라고 밝혀 그런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머로 하드디스크를 파기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장 전 주무관은 종이 기록물의 파기과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캐비닛에 보관된 100박스 분량의 서류를 목록으로 정리한 후 기록물연구소에 인계했으며 직접 파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직원의 책상 서랍에 남겨진 서류는 쓰레기 같은 것으로 모두 파쇄됐다"고 말했다. 정부종합청사 지하에 마련된 대용량 파쇄기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고장이 나서 사무실에 마련된 소형 파쇄기로 서류를 없앴다고 장 전 주무관은 덧붙였다.
장 전 주무관은 자료 파기를 정권 실세가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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