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법사찰 파문/ 거액 관봉 유통 흔치않아… 검찰, 이미 자금출처 파악했을 수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법사찰 파문/ 거액 관봉 유통 흔치않아… 검찰, 이미 자금출처 파악했을 수도

입력
2012.04.04 17:34
0 0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불법사찰 증거인멸 입막음조로 건네진 5,000만원이 관봉(官封) 형태의 현금 뭉치였음이 확인되면서 이 돈의 유통 경로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관봉 형태로 신권 뭉칫돈이 그대로 유통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에서 자금 출처를 이미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봉은 한국조폐공사가 돈을 찍어 한국은행으로 보낼 때 포장하는 형태. 지폐를 100장씩 십자 띠지로 묶은 뒤 10다발을 모아 비닐로 압축 포장한 것이 '소 묶음', 이를 다시 10다발로 묶은 것이 '대 묶음'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장 전 주무관이 받은 관봉은 5만원권 소 묶음(1,000장)이다.

관봉 형태의 돈은 한국은행 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을 통해 시중에 유통된다. 이 돈뭉치를 받은 은행 본점 업무지원센터나 출납실 등에서는 통상 관봉 형태 그대로 영업점에 제공하고, 일선 영업점 역시 굳이 비닐이나 띠지를 풀지 않고 그대로 고객에게 지급한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이미 조폐공사에서 100장씩 묶어놓은 것이고, 시중은행들처럼 일자 띠지가 아니라 십자 띠지로 묶여있어서 돈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굳이 해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5만원짜리 100장 묶음 1, 2다발이면 모를까, 10다발 소 묶음이 비닐에 봉해진 채로 그대로 고객에게 지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신권의 경우 명절을 앞둔 시점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급이 많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평상시 일선 작은 점포에서는 소 묶음 이상의 5만원권 신권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2,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만큼 거액의 현금 인출 자체가 드물다. 한 은행 영업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등에서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 보너스 지급용으로 5만원권 신권을 1,000만~2,000만원 정도 찾아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5,000만원씩 신권으로 인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평시에 거액의 관봉 신권이 지급됐다면 은행의 VIP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에게 전해진 돈의 출처를 이미 검찰이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거래 금액이 2,000만원이 넘는 데다 5만원권 관봉 신권으로 지급된 만큼, 은행 측 신고를 받은 FIU가 자금 흐름을 파악해 이미 검찰에 넘겼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관봉 띠지에 적혀있는 포장번호와 지폐의 일련번호를 통해 돈의 인출자 추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조폐공사에서 관봉 형태의 돈을 넘겨받을 때는 일련번호를 기록해 두지만, 은행에 유통되는 시점부터는 일련번호 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표가 아닌 현금이라 일련번호를 통해 돈의 흐름을 역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