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광명성 3호 실용위성' 발사를 강행할 태세다. 북한은 위성발사를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며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주체와 자주를 생명처럼 여기는 북한이 외부 압력에 굴복해서 발사를 유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제는 '후속 조치'(next steps)를 고민해 봐야 한다.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북한이 던진 로켓발사 카드는 대내적인 성격이 강하다.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선포한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에 맞춰 '축포'를 쏘아 올리려는 것이다. 위성발사 계획이 김정일의 유훈이라면, 김정은 체제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는 올해를 기념하기 위해 '강성국가' 건설을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한 외부세계와의 갈등으로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보여줄 것이라곤 WMD의 성능개량밖에 없으니 로켓발사를 강행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로켓발사 성공으로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주력하겠지만 숙원인 대외관계를 푸는 데는 많은 시련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로켓발사를 계기로 북한의 새 지도부가 외부 세계와 갈등을 지속하면서 관계 설정을 하지 못할 경우 북한은 더 골치 아픈 '불량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이 3대 세습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것은 스위스 유학을 한 젊은 지도자의 정책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집권 초기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외부 세계와 갈등을 지속할 경우 앞날은 순탄치 못할 것이다. 북한의 로켓발사를 계기로 외부 세계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을 한 북한의 새 지도부를 압박하면서 궁지로 몰아갈 것인지, 아니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교도(敎導)해 나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외부 세계의 고민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용인하고, 핵무기 개발 억지에 주력할 것인가 여부다. 북한의 로켓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1874호와 2·29합의 위반임에 분명하다. 한국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중대도발'로 규정하고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식량지원 유보 결정을 했고, 일본과 대만은 파편이 자국 영토에 떨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요격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서 추가 대북 제재를 논의할 것이다. 한미일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계기로 미사일방어(MD) 체제구축을 서두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MD 구축을 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할 게 분명하다.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은 핵 동결과 식량지원을 약속한 2·29합의 이행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한다고 해도 합의파기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주된 관심은 북한의 핵개발 억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러한 딜레마를 활용해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사찰단 파견을 요청하고 핵 활동 임시중지 의지를 확인하면서 미국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이 합의파기를 선언할 경우 북한은 핵 활동 재개와 함께 3차 핵실험 카드를 빼들고 미국을 압박할 것이다. 광명성 3호 발사도 어떻게 보면 핵실험의 전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로켓발사를 용인하고, 핵활동 모라토리엄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로켓발사를 막을 수 없다면, 북한의 로켓개발 실태를 파악하는 기회로 삼아 대응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면서 MD 체제구축을 서두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고농축우라늄(HEU) 핵무기 개발의혹 제기에 맞서 북한이 플루토늄 방식의 핵무기개발의 동결을 풀고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경험에서 미국은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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