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수억 원대 회계부정이 감사에서 적발되고도 처분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학교법인 충암학원에 대해 이사장과 감사 전원 임원취임승인 취소, 학생정원 감축 등 초강경 제재방침을 4일 밝혔다. 사학비리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수 감축을 계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2~4월 특별감사에서 비리를 적발하고 충암고 교장과 행정실장(이사장의 차남) 등을 해임, 파면하라고 학교재단에 요구했으나, 이사회는 지난해 9~10월 이들에게 불문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쳤다. 부당하게 집행된 인건비 2억5,1000여만원을 보전하라는 요구도 7~8개월 넘게 외면했다.
시교육청 송병춘 감사관은 “비리가 사실이라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나왔고 교육청이 지난해부터 3번에 거쳐 징계, 비용보전 등을 요구했는데 학교가 모두 거절하면서 교육청의 정당한 지도ㆍ감독권을 우롱했다”며 “학생배정 감축, 각종 지원금 중단 등 추가제재 수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학교의 후속 조치가 없을 경우 2013학년도 신입생부터 충암초 1개 학급과 충암중 2개 학급을 감축한다. 서울전역에서 학생을 모집ㆍ추첨하는 충암초는 1학년 5학급이 4학급으로 줄고 2018년까지 전교생이 약 59명 줄게 된다. 인근지역 학생들이 배정되는 충암중은 1학년 12학급이 10학급으로 준다. 총 72명의 충암중 감축인원은 인근 덕산중, 연서중, 증산중, 영락중 등 4개 학교에 분산 배정된다. 또 교육환경개선 사업비와 학교급식시설 개선사업비 지원을 중단하고, 서울시와 은평구청이 지급하는 교육경비 보조금도 중단하도록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특별감사도 추가한다.
지난해 지적된 충암학원 비리는 총 32건으로 ▦공사비 허위청구 ▦이사장 친인척 위장취업 ▦운동부 특별부 관련 사안 등 ‘백화점식 사학비리’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재단은 실제 하지도 않은 창호교체공사를 한 것처럼 서류만 꾸며 8,000여만원을 빼돌렸고, 2008~2010년 교사 선발전형을 치른 뒤 평가표 등 관련 자료를 무단 폐기했다 들통났다. 특히 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차남 C씨를 명목상 행정실장으로 채용해 월급을 주고, 실제 업무는 계약직원을 뽑아 시켰다. C씨는 해외여행을 다니며 학교를 비웠고 2010년 총 725건의 결제를 해외여행 중 처리했다.
2009년 회계결산 기준 충암재단이 초중고에 내놓은 재단전입금이 0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고 등을 이사장 친인척의 배를 불리는데 쓴 셈이다. 재단은 교사들에게 매년 재단 설립자 묘소를 참배하게 하고 교직원 체육대회 명목으로 1,137만원을 충암초 회계에서 집행하기도 했다. 충암중 전 교장, C행정실장, 충암중 전 행정실장 등은 최근 공사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각각 벌금 400만원, 징역 8월(집행유예 2년), 벌금 800만원의 형을 받았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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