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국영은행의 독점을 타파하기 위해 민영은행의 설립을 허용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밝혔다. 최근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를 금융종합개혁실험구로 지정한 데 이어 원 총리가 금융권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함으로써 중국의 마지막 빗장인 자본시장의 개혁ㆍ개방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신화왕(新華網)과 런민왕(人民網) 등 중국 언론들은 원 총리가 1~3일 광시(廣西)자치구와 푸젠(福建)성의 기업 현장을 방문해 "솔직히 말해서 몇몇 대형은행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너무 쉽게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4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세 차례 좌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자 "대형은행들은 사실상 원가가 들지 않는 대출로 큰 이익을 보고 있다"며 "민간자본이 금융시장에 들어가게 하려는 것은 은행의 독점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도부가 이미 합의를 이뤘고 이는 원저우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봐도 알 것"이라며 "원저우 실험이 성공하면 이런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다"고 밝혀 후속 조치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실제로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등 5대 국영은행이 금융 서비스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업계 전체 순이익은 처음으로 1조위안(180조원)을 돌파했고 직원 1인당 순이익도 50만위안(9,000만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제조업체 1인당 순이익 4만위안(720만원)의 12배가 넘는다. 중국에선 예금과 대출 기준 금리가 각각 3.5%와 6.56%로 정해져 있어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3% 포인트 이상의 예대금리차를 챙긴다.
원 총리는 "중국은 소비수요와 투자수요를 포괄한 내수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투자수요가 없으면 내수도 확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유동성을 늘리고, 금융시장 활성화로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중국증권감독위원회는 3일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자금 한도를 500억달러 증액해 800억달러가 되게 했다고 밝혔다. 외국자본의 기관투자 한도를 늘려 이들의 중국 내 투자를 더욱 촉진하려는 조치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원저우를 금융종합개혁실험구로 지정, 민간 사채업자들의 지역은행 및 대부회사 설립 등을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최대의 사채시장이 형성된 원저우에서는 연간 100%에 달하는 터무니없는 이자로 기업도산과 야반도주가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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