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부를 줄 아는 노래, 아리랑. 국립민속박물관이 아리랑의 모든 것을 돌아보는 특별 전시회를 4일 개막한다. 한국인의 삶과 함께해온 아리랑의 역사와 의미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전시다.
아리랑을 담은 음원 자료와 영상을 비롯해 악보와 책자 등 관련 기록, 아리랑을 상표로 박은 온갖 생활용품까지 2,000여점 가까이 모았다.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는 이 유물들 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활의 냄새가 배고 애환에 절은 것들이라 다감하게 다가온다.
역사 속의 아리랑을 돌아보는 코너는 고종과 명성황후가 대궐에 광대들을 불러 밤마다 아리랑을 즐겼다는 황현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가사가 음란한데도 왕비가 좋아했다고 못마땅해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는, 남녀상열지사 19금 아리랑이 들어간 '한양 오백년가'도 전시에 나왔다.
일제강점기 아리랑은 항일 의지가 뚜렷하다. 독립운동가 한형석이 작곡해 1940년 중국 시안에서 초연된 한국 최초의 오페라 '아리랑', 미국 기자 님 웨일즈가 쓴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 , 나운규 영화 '아리랑' 등 항일 아리랑과 반대로 친일 아리랑도 있으니, 일제가 중국 본토 침공에 나선 1935년에 나온 '비상시 아리랑'이다. 이 아리랑은 "비상시 이때를 알고 있나/ 나라가 있어야 집이 있고/ (중략) 십구의 삼오와 삼육은/ 평화냐 그 반대냐 갈림일세/ 세계에 비춰라 태양 마음/ 평화의 깃발을 휘날리자"며 일제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아리랑 상표의 각종 생활용품 코너는 아기자기하고 구수하다. 한국 최초의 필터 담배부터 라디오, 쥐약, 아이들 학용품, 미제 수입쌀에 악기까지 아리랑 상표가 붙은 것이 참 많기도 하다. 아리랑은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10위권 안에 드는 인기 상표명이기도 하다. 요즘 나오는 것 중에는 10리를 가도 녹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아리랑 사탕도 있다.
아리랑 음원은 한민족 최초의 음원으로 꼽히는 1896년 에디슨 원통형 음반의 아리랑부터 SP, LP, 카세트 테이프 등 국내외에서 나온 음반들을 죄다 모았는데, 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다. 나라가 망한 뒤 만주로, 연해주로, 하와이로 떠난 동포들의 아리랑과 북한의 아리랑 은 따로 모았다.
이번 전시는 이런 저런 유물보다 아리랑에 깃든 보통 사람들의 사연을 만나는 재미가 더 크다. 녹음기와 촬영 장비를 들고 여러 달 다니면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모아다가 전시장에 영상과 음성으로 풀어 놓았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한다. 매주 토요일은 진도아리랑 공연이 있다. 4월 말쯤 전국 할머니들의 아리랑 배틀도 할 예정이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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