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우리나라 정부보다도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정부보다 삼성전자의 신용도를 더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현지법인을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만기 5년인 이 채권의 발행금리는 미 국채 5년물 금리(1.027%)에 0.8%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1.827%. 이는 국내기업이 발행한 글로벌 채권 가운데 역대 최저 금리. 뿐만 아니라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7년물 유통수익률(3일 현재 2.23%)보다도 훨씬 낮다. 발행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도가 높다는 뜻이다.
무디스가 삼성전자 채권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A1으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채권발행 주체가 삼성전자 본사가 아니라 미국법인이어서 투자자들에게 한국채권이라는 인식이 적었다"면서 "여기에 신용도 높은 삼성전자 본사가 보증을 하면서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청약에 발행물량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 이상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삼성전자가 처음 제시한 금리보다도 0.1%포인트 싸게 발행됐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채권을 발행한 것은 환란 직후인 1997년 이후 처음. 2001년 두 차례 국내에서 원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긴 했지만, 2004년 이후에는 이마저도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미국 오스틴 공장의 시스템반도체 시설 확대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매년 수조원 이상의 이익이 나 현금보유규모가 늘어나면서 '차입 제로'정책을 써왔다. 금융기관에서든 시장에서든 돈을 빌리지 않아온 것. 하지만 신용도가 높고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좋은 조건에 자금조달이 가능한 만큼, '무차입 경영'을 무조건 고수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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