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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코너 옆에 미니요리책… 매장 진열 바꿨더니 매출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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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코너 옆에 미니요리책… 매장 진열 바꿨더니 매출 '쑥'

입력
2012.04.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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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형마트는 매장진열을 '살짝' 바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판촉행사에 들어간 와인 가운데, 화이트 와인 몇 병을 주류판매코너 아닌 생선코너 옆에 가져다 놓은 것. '레드와인=육류' '화이트와인=생선요리'라는 점에 착안해 생선을 사러 온 소비자들이 화이트 와인까지 구매토록 하려는 것이었다. 마트 관계자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화이트 와인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침체로 매출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들이 상품 진열에서까지 판매의 묘수를 찾고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진열하느냐에 따라 판매가 달라진다는 '진열의 과학'을 찾기 시작한 것. 소비자들의 세심한 심리를 읽는 기법이다.

화이트 와인을 생선코너에 갖다 놓는 건 '연관 진열'로 불리는, 널리 알려진 기법. 바늘에 실이 필요하듯 서로 관련된 상품을 함께 진열해 동시 구매를 노리는 것이다.

요즘 매장에 가면 라면코너에 양은냄비를 진열하고, 자동차 용품매장에 졸음방지 껌이 놓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연관진열 효과를 노린 것. 한 마트 관계자는 "젊은 주부들이 요리에 익숙하지 않아 야채나 축ㆍ수산물 코너 옆에 미니 요리책을 갖다 놓았더니 판매량이 기존 책 코너에 있을 때보다 15배나 늘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소비자들의 시선도 고려사항이다. 보통 사람들은 눈 앞의 물체를 볼 때, 자신의 눈높이인 120~180㎝에 고정한 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인다. 이때 한 눈에 인식하는 범위는 좌우 최대 120㎝. 따라서 해당 매대에서 가장 인기 있거나 새로 나온 상품은 '골든존'이라 부르는 가로 120㎝, 높이 120~180㎝인 2, 3단에 진열된다.

이 중에서도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맨 오른쪽이 핵심 위치로 분류된다. 최근 카제인 나트륨 논쟁을 벌일 만큼 경쟁이 치열한 맥심 화이트 골드와 프렌치카페 커피는 요즘 매장마다 주로 '골든존'에 놓여 있다.

아예 인기제품은 일반적 진열을 거부하기도 한다. 매대 맨 끝 모서리에 상품박스를 쌓아 돌출 진열을 하는 '앤드캡'방식이다. 이마트 청계천점에선 최근 앤드캡으로 만든 간이 매대에 직원들이 신제품 커피를 한잔씩 따라주는 시음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다른 매대 보다 한 블록 튀어나와 고객의 동선을 막으면서도 발길을 멈추게 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앤드캡에는 최대 2가지 상품만 진열하기 때문에 노출효과가 커 일반 코너에 비해 매출이 3~4배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열 방식을 고안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소비자 분석 및 데이터 축적이 필수. 때문에 각 마트에서는 전담 연구인력까지 두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실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현업 전문가 40명으로 구성된 'MSV(Merchandising Superviser)'팀을 14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의 행동유형과 상품 매출분석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진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최근에는 신규 매장 구성 시부터 고객의 소비 트랜드 및 성향을 분석해 최적화된 진열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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