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반대 캠페인 홍보차 방한한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 사무총장 일행 중 동아시아사무총장 등 3명이 입국금지돼 논란을 빚고 있다. 법무부는 "(입국금지 조치가) 밝힐 수 없는 관계기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석연치 않은 해명만 내놓았다.
2일 오후 1시4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마리오 다마토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사무총장과 서울사무소 담당 직원 2명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로 오후 8시 비행기로 홍콩으로 돌아갔다.
일행 중 유일하게 입국한 쿠미 나미두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은 "입국심사를 하던 직원도 입국금지 이유를 몰랐고, 그저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르는 것'이라고만 말했다"며 황당해했다. 나미두 총장 일행은 그린피스의 탈원전 시나리오를 다룬 '에너지 혁명' 한국판 보고서 발표와 신규원전 건설반대 캠페인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방한했다. 때문에 이들은 입국금지 조치가 한국의 원전 확대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막으려는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나미두 총장은 "불법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아무런 설명 없이 정부에 의해 활동을 방해받은 건 처음"이라며 "반대 의견이 있다면 열린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지 일방적으로 입국금지를 시키는 건 한국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점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총리실 민간인 사찰과 이번 조치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비꼬기도 했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을 해할 우려가 있는 국익유해자로 분류된 3명에 대해 입국을 금지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관계기관이 판단하는 것이고, 이 기관이 어디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행 중 2명은 이미 지난해에도 입국금지를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익유해자 분류 규정은 재량 범위가 넓어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지난해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했기 때문에 입국금지됐다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그린피스 관계자는 "우리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강정마을에 대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고, 그분들이 제주도에 간 적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출국된 일행 중 1명도 작년에 한국에 다녀갔었고, 다만 올 초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자가 거부됐었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곧바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의 정확한 사유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나미두 총장은 기자간담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정치인, 시민사회 대표들을 만나고 5일 한국을 떠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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