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한국군의 주력전차인 K-2 전차(흑표ㆍ사진)의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의 국산화가 무산됐다. K-2 전차의 핵심부품인 파워팩 국산화를 위해서 지난 10년간 1,280억원(정부 725억, 민간 555억)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한데다 수입제품 대체로 45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2일 "최근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에 대한 운용시험평가(OT) 결과 신뢰성과 내구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회의 결과 부득이하지만 초도(初度) 양산분 100대에 대해서는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차 실전배치시기도 2013년 말에서 2014년 이후로 늦춰졌다.
K-2 전차는 현재 우리 군의 주력 전차 K1A1을 대체하는 기종으로 모두 200대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국산화에는 동의하지만, 불량인 부품까지 국산화할 수는 없다"며 "다만 국내업체가 지속적으로 파워팩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인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실전배치될 2차 양산분 100대에 대해서는 국산 파워팩을 장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이번 결정은 국내산 파워팩과 수입산 파워팩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지만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산은 파워팩의 대당 가격이 약 16억원으로 국내 개발 파워팩보다 5억원 정도 더 비싸 450억원 가량이 추가로 들어간다. 또한 전차 수출 길도 막히게 됐다. 국내 업체들은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한 기존 K1, K1A1 전차를 한대도 수출하지 못한 이유가 "독일정부의 수출제한 규정 때문"이라며 파워팩 국산화를 주장해왔다.
한편 파워팩 장착의 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도 나올 전망이다. 방사청 관계자는"국내산의 경우 113개 평가항목 중 4개 항목에서 결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사청이 지적한 국내산 파워팩의 결함은 엔진 메인 베어링 손상, 최고속도 냉각성능 문제 등이다. 앞서 지난해 3월과 12월 방추위는 국내산에 '중대결함'이 발견될 경우에만 독일산을 장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4가지 항목의 결함이 '중대결함'에 해당하는지 방사청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중대결함 여부만 판단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야전 현장에서 바로 정비할 수 있는 등의 조건 등도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한 파워팩은 2009년 개발시험평가 중 엔진 베어링 문제가 발생했으며 2010년 냉각팬 속도제어 불량으로 엔진이 과열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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