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한국시간) 아침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리나라의 유선영(26) 선수가 우승을 한 것이죠. 올 들어 LPGA에서 처음 전해진 한국 낭자의 승전보에 모든 국민이 기뻐했지만, 유독 환호성을 올린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삼공사였습니다.
이날 TV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선영 선수의 모자와 셔츠에는 큼직한 한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正官庄(정관장ㆍ사진). 한국인삼공사가 만든 홍삼제품의 브랜드이지요.
인삼공사는 몇 년 전부터 유선영 선수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후원을 해왔습니다. 경기 때 모자와 옷 등에 정관장 로고를 부착하는 조건이지요. 그런데 일반 대회도 아닌 메이저대회에서 유선영 선수가 우승을 하고, 정관장 브랜드가 TV를 통해 전 세계에게 노출됐으니 인삼공사로선 '대박'을 터뜨린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지요.
앞서 인삼공사는 지난달에도 쾌재를 불렀습니다. 역시 여자프로골퍼인 이보미 선수를 올해부터 후원하고 있는데, 3월초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요코하마타이어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지요. 그 덕에 옷과 모자에 부착된 정관장 로고는 일본 전역에 홍보됐습니다.
사실 기업이 프로선수를 후원하는 건 '리스크'가 따르는 일입니다. 잘 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그만큼 광고효과가 크겠지만, 자칫 성적이 좋게 나오지 않으면 기업으로선 생돈을 날리는 셈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삼공사는 후원 선수가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하게 됐으니, 다른 기업들의 부러움을 살 만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시장 정도라면 두 선수 우승에 따른 브랜드 광고효과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삼공사가 해외서 활동하는 골프선수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건 수출확대를 위해서입니다. 미국무대에서 한자로고를 쓰는 게 어색해 보기기도 하지만, 브랜드의 고유성을 위해 그대로 썼다는 후문입니다. 이날 한 회사 관계자는 "올해 1,500억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두 선수 덕분에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겠다"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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