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 있지만 조상님의 묘를 찾아 효도를 다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서 저희가 정성스레 향을 피우고 머리를 조아려 평안과 복을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중국 톈진(天津)의 한 성묘대행 회사에서 내건 청명절(淸明節ㆍ칭밍지에) 광고 다. 청명절은 4월 초순 조상의 묘를 찾아 풀을 베고 제를 올리는 날이다. 그러나 도시화한 중국에선 청명절의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묘대행 회사들의 등장이다. 조상의 묘를 돌볼 겨를이 없는 현대 중국인을 위해 묘지를 대신 찾아가 엎드려 절하고 통곡까지 해준다. 일반적 제물을 쓸 경우 50위안(9,000원), 꽃다발을 올리면 100위안(1만8,000원), 10분간 울어주는 데 300위안(5만4,000원) 등인데, 전부 해서 많게는 3,000위안(54만원)이 든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메일로도 보내준다.
묘지 값이 집값을 앞지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신징바오(新京報)는 최근 베이징(北京) 인근의 묘지를 분양 받는 데 25만위안(4,500만원)이 든 사례를 전했다. 산둥(山東)성 지역신문인 치루완바오(齊魯晩報)도 칭다오(靑島) 시내에는 3만위안(540만원) 이하의 묘지는 찾아 볼 수 없고, 좋은 곳은 6만위안(1,080만원)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지난(濟南) 엔타이(烟臺) 등 산둥성의 다른 도시들도 묘지 가격이 ㎡당 평균 1만위안( 180만원)을 넘어섰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과 공물도 달라지고 있다. 아직도 작은 돼지를 불에 통째로 구워 올리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돼지 모양의 '금돼지빵'을 대신 올리는 집안이 늘고 있다. 올해 청명절엔 종이 모형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제사상 공물로 인기를 모았다. 중국인은 청명절에 옷이나 돈, 차 등을 종이 모형으로 만들어 태우면 조상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젊은이들에게는 청명절은 연휴의 의미가 더 크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초는 여행가기 딱 좋은 시기다. 날씨가 좋아서 청명절이라는 말도 있다. 올해는 4일이 청명절이어서 2~4일이 공식 휴무다. 중국 언론은 올해 청명절 기간 중 기차 이용객이 하루 평균 685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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