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추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찰 그 자체와 은폐의 불법성도 문제이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식과 수준이 상식 이하다. 국기문란 사건이 터졌는데도 검찰은 부실수사로 일관, 사찰의 꼬리 격인 실무자만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고, 이 실무자가 동요를 보이자 그의 입을 막기 위한 돈이 오가고, 이 사실마저 드러났는데도 청와대는 고해나 반성 없이 "전 정권도 했다"는 물타기에 나서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나 총리실 관련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탈출구를 찾고 싶겠지만, 피하려고 몸부림칠수록 사안은 커지고 수습하기 어렵게 되는 국면이다. 설령 전 정권도 불법 사찰을 했다 하더라도 현 정권의 민간인 사찰에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이 사건은 이미 국가적 현안이 됐고, 국민이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어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게 됐다.
급기야 어제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이 "이명박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묘하게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절연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들은 훨씬 더 직접적으로 "이 대통령이 몸통"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여당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는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진실을 밝힌 뒤 국민의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벌 받을 사람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데 청와대나 총리실의 어느 누가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쪽으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을 알고 있었는지, 보고를 직접 받았는지, 은폐 지시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지만, 어떤 경우든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그간의 경위를 소상히 파악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고해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청와대와 총리실에 검찰이건 특검이건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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