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었던 사찰문건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이미 공개된 2,600여 건의 사찰문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추가 사찰문건이 담긴 USB와 노트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2008년 7월 발족한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은 경찰, 검찰, 국세청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7개 팀, 42명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2,600여건의 문건은 그 중 경찰에서 파견된 점검1팀 소속 김기현 경정이 소유하고 있던 개인 사찰 보고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권중기씨가 가지고 있던 200여 쪽 분량의 서류뭉치와 3개의 파일로 구성된 USB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료는 검찰이 2010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권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다.
권씨의 자료는 여러 정황상 김씨가 갖고 있던 문건 이상의 중요한 사찰 실태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압수수색 직전 USB와 서류뭉치가 든 가방을 인근 안경원에 맡겼다가, 검찰의 집요한 추궁 끝에 숨긴 장소를 자백했다. 또 김충곤 점검1팀장이 총리실의 수사의뢰로 직위해제를 당한 다음날인 7월6일 팀원들에게 갖고 있던 서류들을 검토하게 한 뒤 핵심적인 것만 추려 권씨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이 압수한 자료가 바로 이 서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기현씨가 2009년 4월 점검1팀에 합류한 데 비해 권씨는 2008년 7월 공직윤리직원관실 발족 때부터 2년 동안 근무한 점에 비춰, 권씨의 자료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실태를 훨씬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2일 문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모두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수사기록은 당사자와 변호인만 열람할 수 있지만,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수사기록에 편철된 사찰 파일 CD를 복사해온 전례가 있기 때문에 권씨의 사찰 자료가 세상에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검찰이 최근 장 전 주무관의 전임자인 김경동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USB도 이목을 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USB 내 자료가 이미 삭제됐지만 현재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기획총괄과 서무 전용진씨의 노트북 컴퓨터의 행방이 관심의 초점이다. 전씨는 점검1~7팀이 사찰한 보고서를 요약 정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장 전 주무관은 "전씨가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노트북을 집에 놓고 오는 바람에 2010년 압수수색에서 제외됐으며, 나중에 이를 안 진 전 과장이 전씨에게서 노트북을 받아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진 전 과장의 거주지 및 친척집 압수수색에서도 이 노트북을 발견하지 못했다. 진 전 과장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자발적으로 노트북을 제출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향후 수사에서 진 전 과장이 갖고 있던 사찰 자료가 공개된다면, 불법사찰 사건은 그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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