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3월30일~4월1일) 전체 영화를 대상으로 한 박스오피스 1위는 멜로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이다. 57만915명(영화진흥위원회집계)이 찾아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1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160만 9,048명으로 상반기 한국 영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등의 흥행 순위를 따지는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에선 건축가 정기용씨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감독 정재은)가 선전하고 있다. 지난 주말 2위(4,125명)로 전주보다 한 계단 내려앉았으나 1위 '달팽이의 별'(4,196명)과 큰 차이가 없다.
올 봄 극장가의 화두는 단연 건축이다. 건축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흥행 바람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땅콩집과 단독주택 바람 등이 불러온 건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축학개론'은 30대 중반에 재회한 첫사랑 남녀가 여자의 제주도 고향집 재건축을 통해 추억을 되새기고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건축과 공간이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로 등장하며 주연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축학개론'의 제주도 집은 벌써 관광객들이 찾는 장소가 됐다.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단순한 투기나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던 집에 대한 대중들이 인식이 달라진 듯하다"며 "투자 제안서를 만들 때도 건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크다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국내 건축 문화와 공공 공간의 획일성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는 해석도 따른다. 정재은 감독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나'며 자신들이 머무는 공간에 대해 불만이 있던 사람들이 '말하는 건축가'를 보며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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