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공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패션'이 아닌 개개인의 삶이 투영된 '스타일'입니다."
세계적인 패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를 대표하는 남성 편집 매장 알바자(Al BAzar)의 대표 리노 이엘루치씨가 한국을 찾았다. 이 매장의 소유주이자 직접 마케팅과 디자인을 총괄해 '알바자 리노'로 불리는 그는 전세계 남성 잡지와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한국 패션기업 신원의 남성복 반하트 옴므와 스타일 디렉터 자격으로 협업하기로 계약했다. 이번 방한은 3일 2012 춘계 서울패션위크(2~7일)에 참가한 반하트 패션쇼를 참관하기 위해서다.
2일 마포구 도화동 신원 본사에서 만난 이엘루치씨는 "한국인에게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항에서부터 접한 한국 남성의 옷차림이 너무 획일적이라 안타까워요. 내가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입기보다 남들이 좋아할 차림새를 고려하다 보니 그렇겠죠. 색상도 검정, 회색 등 무채색 일색이더군요."
그는 "무엇보다 패션계가 대중이 모델로 삼을 만한 다채로운 정보를 주지 않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저는 패션계 동료들과 종종 말다툼을 합니다. '패션'이란 한때의 이벤트인 유행을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의식주와 직업 등 한 개인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묻어나는 '스타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제 주장 때문이죠."
그는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유명 브랜드 제품의 맹목적 소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유행하는 유명 상표를 통해 얻는 자신감은 허황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부심을 갖고 옷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난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반해 버리겠구나' 생각하며 집을 나섭니다.(웃음)"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사업가를 꿈꾸며 열 살 때부터 목공 보조원, 시계 기술자, 미용사, 피팅 모델(옷 등 각종 제품의 느낌을 보기 위해 시범으로 착용해 보는 모델), 배우 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그는 1974년 10㎡ 남짓한 청바지 매장을 인수해 알바자를 열었다. "독특한 스타일 덕분에 저도, 브랜드도 단기간에 유명해졌어요. 당시에는 긴 머리에 머리띠를 하고 흰 재킷을 입는 것을 한창 좋아했는데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입었지, 하고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죠.(웃음)"
"친구들이 축구나 자동차, 오토바이 등에 관심을 갖던 어린 시절부터 옷을 좋아해" 40년 가까이 의류 사업을 해왔다는 그는 2010년 이탈리아 대통령이 각 분야 최고로 인정받는 인물에게 주는 문화훈장 '코멘다토레'(Commendatore)를 받았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늘 에너지가 넘쳐 예전에는 밤새껏 나를 홍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엘루치씨는 패션쇼가 끝난 후 한국 남성들을 위한 스타일링 클래스를 열고 5일 출국한다.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조언은 삶을 큰 선물로 귀하게 여기라는 겁니다. 그래서 옷을 선택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일에든 수줍어하지 말고 즐거운 인생을 위해 과감히 용기를 내면 좋겠어요. 행복한 삶은 곧 좋은 스타일로 연결되게 돼 있으니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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