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전부 집에 가고 있잖아요."(강사)
"이쪽 강의실을 독서실로 개조하셨는데, 야간에 불법교습하는 것 아닙니까?"(단속반)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단지 인근 학원밀집상가 내 A학원. 주5일수업제 전면시행에 따른 불ㆍ편법 학원영업 단속에 나선 성남교육지원청 단속반원과 학원 강사의 실랑이가 20여분째 계속되고 있다. 기숙형으로 심야 불법운영을 하지 않는지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2명씩 5개조로 일대 학원을 점검하던 단속반이 불이 켜진 이 학원에 들이닥치자, 바로 옆 학원 문에서 중고생 10여명이 우르르 나왔다. 학원 이름은 달랐지만 같은 원장이 학생들을 자습시키고 CCTV로 감시하던 공간이었다. 자습실 문에는 "공부하는 모습이 CCTV로 녹화되고, 원장실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으니 정숙하고 집중하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부원장은 "10시 이후 수업을 한 것이 절대 아니다. 옆 학원을 인수해 자습실로 쓴 것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단속반은 "학원 강의실을 새벽 2시까지 영업 가능한 독서실 형태로 개조한 것 자체가 규정위반"이라고 일축했다. 복도에서 교육청직원의 질문공세에 당황한 한 학생은 "시험기간에만 10시 이후까지 남았고, 선생님들은 감독만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밤 10시 후엔 자습감독 역시 불법이다.
독서실로 개조한 시설을 폐업처분하기로 하면서 실랑이는 일단락됐지만, 학원은 과대광고('독서실 구비' 홍보), 임의시설 변경(학원시설 독서실 무단 개조), 게시의무 불이행 등 행정지침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단속반은 "다음 번 적발 시 아예 등록말소 처분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S학원 역시 같은 건물 내 독서실과 연계해 불법 교습을 하다 적발됐다.
2008년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 대구 광주 등 4개 시도에서 밤 10시 이후 심야교습이 제한되고 있지만, 독서실 고시원 오피스텔 등을 활용한 학원의 심야 불법운영과 이를 찾아내려는 시도교육청의 숨바꼭질은 계속되고 있다.
주5일제 수업 시행을 악용한 주말용 '반짝 기숙학원'도 등장했다. 최근 강남교육지원청의 단속에서는 학원 내 강의실을 숙소로 개조해 월 85만원을 받고 학생들을 금요일 밤부터 2박3일간 관리하며 교습을 해온 주말기숙학원을 적발했다. 학기 중 재학생 대상 기숙학원 운영은 조례로 금지돼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이달 초 한 학원이 아예 차로 학생들을 실어 나르며 2박3일 스파르타식 기숙반을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자습을 감독하고 질문에 답해주며 받은 돈만 월 60만원이다.
한 사설 입시분석기관 관계자는 "모호한 입학사정관제 합격기준, 내신의 중요성 등을 거론하며 '집중적인 학업 스케줄 관리'체계를 내세우는 학원들이 불안한 학부모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며 "논술특강 등 부족한 스펙관리까지 해줘 지방의 상위권 고교생까지 대치동 등의 주말기숙반을 알아보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분당 일대에만 10명 남짓의 단속반원이 돌아볼 학원이 1,700곳, 개인교습까지 포함하면 4,300곳에 달하기 때문. 신문규 교육과학기술부 사교육대책팀장은 "특히 오피스텔 연계형 불법기숙학원은 제보나 고발이 없이는 포착이 어려워 적극적인 신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