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거 딱 질색이면서도 나는 꼭 주말에 백화점을 찾는다. 책을 보고 책을 사기 위해서다. 동네 서점이랍시고 자리한 곳이 백화점 8층, 그것도 아주 소규모인데다 주저앉아 편히 책 볼 구조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나라서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넉 대의 네모상자마다 유모차의 엄마부대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물어보니 9층 문화센터를 가기 위한 행렬들이라나. 층층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히며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데 답답한 공간에 짜증이 났는지 빽빽 아이들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하나로 시작된 울음이 여럿으로 타 번져 귀가 멍멍할 지경인데 이상하지, 아무도 우는 애를 엄히 다스리는 이가 없었다.
이런 데서 울면 이놈 아저씨가 혼내주러 와요, 라고 할 법도 한데 아이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점점 더 목청을 키워가며 울어댔고 엄마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사들인 쇼핑백 속 품목들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목적지가 문화센터라고들 했지.
온갖 문화적 체험거리를 다 경험하면 뭐하냐고, 애초에 엄마들부터가 문화적 소양이 없는걸. 8층에서 내리자마자 그 엄마들 또래에 그 아이들 또래의 아들을 둔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는 그러지 말라는 게 내 요지였는데 애도 안 키워 본 주제에 잘난 척 좀 말라니. 미안하다, 주부 우울증의 특효약이 수다인 걸 내 미처 몰랐구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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