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 직원에게 몰래카메라 설치를 지시한 또 다른 용의자 1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구속된 카지노 직원 황모(41)씨와 김모(34)씨로부터 1일 "2009년부터 최근까지 수 차례에 걸쳐 경상도 말씨를 쓰는 40대 남자로부터 바카라 게임장의 슈 박스(딜러가 게이머에게 나줘주는 카드가 담긴 박스)를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것으로 바꿔치기하라는 지시를 받아 실행에 옮겼다"는 진술을 확보, 이 남자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황씨 등에게 몰래카메라 설치를 지시한 혐의로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모(57)씨에 이어 또 한 명의 용의자가 나타난 것이다. 황씨 등은 달아난 이씨의 지시로 이 남자와 접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최소 10여명의 외부세력이 강원랜드 카지노 직원들과 결탁해 사기도박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기도박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으로 미뤄 더 많은 강원랜드 내부 직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우선 몰래카메라가 발견된 지난달 26일 이씨와 같은 게임테이블 근처에 있던 11명의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CCTV분석 결과 이들 가운데 몇 명은 사건 당일 수 차례 무리지어 움직였고, 3명은 카메라가 설치된 테이블에서 바카라 게임을 구경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1주일이 되도록 이씨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가하면 몰래카메라의 존재를 최초로 신고한 40대 남성의 진술도 확보하지 못한 채 카지노 직원들의 단편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늑장,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중국, 일본 등의 해외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이씨의 통화내역은 물론 출입국 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임원진 일괄 사표를 제출받은 강원랜드는 3일 경영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카지노 내 불법시설물을 찾기 위한 임시휴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선=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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