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명목 1인당 국민총소득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나 물가 상승과 환율 영향 등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2만2,489달러로 전년의 2만562달러보다 9.4% 늘었다. 이로써 1인당 국민총소득은 리먼 사태 직전인 2007년의 2만1,632달러를 4년 만에 뛰어 넘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명목 수치일 뿐이다. 지난해 1인당 GNI가 급증한 것은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5.4% 늘어난 데다 연평균 4.2%에 이른 원화의 대 달러 환율 하락에 힘입은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GDP 증가율, 경제성장률은 3.6%로 전년 6.3%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여기서 환율 하락 영향을 배제한 실질 GNI 증가율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한 실질소득 증가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해마다 악화하고 있는 소득분배 구조를 감안하면 다수 국민의 실질소득 증가는 체감 증가율을 말하기도 쑥스럽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대출조건까지 악화한 데 따른 서민 가계의 이자 부담을 고려하면, 저축이나 소비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대부분 줄었으리라는 우려를 낳고도 남는다. 가계의 순저축률이 전년의 3.9%에서 2.7%로 떨어진 데서 당장 서민가계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실질소득의 제자리걸음에서 우리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과제가 여전히 소득 증대임을 확인한다. 이 점에서 소득 증대의 출발점인 지속적 경제성장과 그 주된 동력인 수출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다만 실질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현상이 2년 연속 나타난 데서도 확인됐듯 수출 물량의 증대 못지않게 교역 조건의 개선이 긴요하다. 수출기업의 경쟁력 제고 노력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다. 아울러 성장만으로 소득을 늘릴 수 없다는 점에서 소득분배 구조의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의지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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