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가 자신의 전화기가 도청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1월 부임한 마이클 맥폴 미 대사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국영방송 NTV가 자신이 가는 곳마다 나타난다며 "누가 내 일정표를 그들에게 알려주는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맥폴 대사는 이날 아침 러시아의 인권운동가 레프 포노마료프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NTV 기자와 마주쳤다. NTV는 이 만남을 5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해 방영했는데, 영상 속에서 기자는 맥폴 대사를 막아서고 인권운동가를 만나러 온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에 맥폴 대사는 러시아말로 "당신네 나라(러시아)의 대사는 우리나라(미국)에서 이런 일을 겪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당신은 어디에나, 심지어 집까지 나를 쫓아다닌다"며 "부끄럽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포노마료프는 맥폴과 만나기 전 전화를 통해서만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맥폴 대사는 이후 트위터에 "기자의 취재권리를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내 이메일을 읽고 통화를 엿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어떻게 내 스케줄을 알았느냐고 물어도 그들은 묵묵부답"이라고 썼다. NTV는 이와 관련해 "방대한 정보원 덕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인테르팍스통신에 설명했다.
맥폴 대사의 거친 항의에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나 언론이 미 대사관 직원을 감시한다는 의혹은 미국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맥폴은 러시아 대사 취임 후 야권 핵심 인물들과 회동하거나 대선 반대 시위대 체포에 우려를 표하는 등 반체제 성향을 드러내 러시아 정부의 비난을 받았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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