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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천연가스, 경제혁명을 가져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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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천연가스, 경제혁명을 가져오다

입력
2012.03.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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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가격이 현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알리 알 나이미는 석유 수요가 공급 가능량 보다 적다는 점, 사우디 석유 재고가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의 유가가 비이성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물론 (유가가) 비이성적인 원인은 이란과의 전쟁 공포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11월 이후 유가가 47% 올랐는데도 미국 경제가 침체하지 않은 것 또한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경제가 침체하지 않은) 한가지 이유는 셰일가스(모래ㆍ진흙이 쌓인 퇴적암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의 부상일 수 있다.

고유가 속 셰일가스의 부상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미국이 천연가스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나 수압 파쇄라는 수평 시추 기술을 결합한, 미첼에너지 같은 소규모 개인기업의 노력 덕택에 셰일층 천연가스의 대량 추출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많은 창의적 사례처럼 미첼 에너지도 작은 도움을 받았다. 연방정부는 1970년대 동부지역 셰일가스 프로젝트(EGSP)를 시작했고 수십개의 수압 파쇄 시범 사업에 투자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사업의 주요 단계인 대량 수압 파쇄 기술을 개척했다. 미첼에너지가 1991년 텍사스 북부 바넷 셰일 지역에서 최초로 수평 시추에 성공하자 에너지부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에너지부는 1978년부터 1992년까지 이 시추 기술의 발전에 1억3,7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누구의 공이든 그 효과는 광범위하다. 현재의 소비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은 최소 75년분에 해당하는 가채천연가스를 확보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저비용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는 점이다. 그 사실은 이미 미국 제조업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다. 다우케미컬과 웨스트레이크케미컬 같은 기업들은 미국의 낮은 에너지 비용이 아시아의 저비용 노동을 완화시킬 수 있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유지하고 심지어 건설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고유가로 인한 미국 경제의 침체가 걱정했던 수준이 아닌 이유도 낮은 에너지 비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천연가스 사업가이자 의 저자인 로버트 헤프너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미국 내 6,500만 가구의 난방비용이 해마다 200억 달러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환경도 잘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호기금을 포함한 위원회 등이 내놓은 연구보고서들은 보다 안전하고 책임있는 방식의 시추 작업을 제안한다. 가장 위험한 업무의 대부분이 소수의 최저 비용 생산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분별 있는 규제를 요구한다. 대기업들은 아마도 일련의 규칙을 환영할 것이다. 회사의 명성과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작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세대 교체, 미국에 유리

천연가스의 시대는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갖게 된다.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지역시장에서 거래된다. 천연가스는 수송이 어려운 탓에 가스가 풍부하고 파이프라인이 잘 갖춰진 국가들이 가격을 결정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유럽국가 등에게 1,000입방피트당 최대 17달러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은 1,000입방피트당 2.5달러에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이자 가장 저렴한 액화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는 단일 세계 시장을 형성할 것이고, 유럽과의 장기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모스크바는 급격한 수익 감소에 직면할 것이다. 러시아와 이란, 카타르, 사우디 등 몇몇 국가들이 천연가스의 가격과 공급을 통제하는 세계에서, 보다 다변화한 세계로 이동할 것이다.

석유는 (시추 작업이) 어렵고 조건이 나쁜 지역에서 발견되기로 유명하다. 석유 자체가 그러한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 새로운 셰일가스는 전통적인 자원 상태와는 다르다. 중국의 매장량이 최대일 것으로 추정되며 아르헨티나, 멕시코, 폴란드, 캐나다, 호주에도 상당량이 매장돼 있을 것이다. 이런 매장지의 지정학적 세분화는 몇 가지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있다. 셰일가스라는 안전한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는 폴란드가 크렘린궁의 기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축복이다.

셰일가스의 부상은 가장 큰 에너지 세대 교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미국에 굉장히 유리하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정리=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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