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9ㆍ한화)가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최악의 투구로 무너졌다. 시범경기라고는 하지만 야구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선택한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박찬호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5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10안타 8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직구 최고구속은 142㎞에 그쳤고, 난타당한 공은 대부분 한복판에서 높게 제구됐다. 볼넷 1개와 삼진 3개를 기록했고, 투구수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79개였다. 국내 무대 첫 등판이었던 지난 14일 인천 SK와의 연습경기(2.2이닝 5안타 4실점)를 시작으로 21일 청주 롯데전(3.1이닝 6안타 1홈런 2삼진 4실점)에 이어 3경기 연속 부진한 모습.
이날도 박찬호는 1회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야구장을 찾은 아내 박리혜씨와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그리고 타선 지원으로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잠실구장 마운드를 밟은 박찬호는 LG 톱타자 이대형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병규(7번)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ㆍ3루 위기에서 3번 이진영에게 140㎞짜리 초구 직구를 던지다 좌전 적시타로 첫 실점을 했다. 추가 실점은 막았지만 이후에도 LG 타자들은 프리배팅을 하듯 박찬호를 공략했다. 2회 2사 후에는 2-0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LG 8번 포수 유강남에게 121㎞ 짜리 커브를 통타당해 좌월 솔로홈런(비거리 120m)을 허용했다. 지난 21일 청주 롯데전 황재균에 이어 2경기 연속 피홈런이었다. 5-2로 앞선 3회에도 박찬호는 1사 2ㆍ3루에서 정성훈에게 2타점 짜리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몸쪽 140㎞짜리 직구였다. 4회 3연속 삼진을 포함해 5회까지는 6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6회 다시 무너졌다. 정성훈-박용택-최동수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에 몰린 위기에서 서동욱에게 우중간 2타점 안타로 카운터 펀치를 맞고 결국 유창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유창식이 후속 타자 오지환과 이병규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박찬호의 실점은 8점으로 늘어났다.
경기 후 박찬호는 "LG 타자들의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았다. 지난 등판 이후 투수코치의 주문으로 팔 각도와 릴리스 포인트에 변화를 줬는데 연습한 대로 나온 것 같다"며 의외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시범경기인 만큼 성적은 의미 없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는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4번 등판했는데 한국 야구에 적응하는 단계다.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LG는 난타전 끝에 9-8로 승리했다. 인천에서는 SK가 두산을 3-1로 제압했다. 대구 삼성-KIA전과 부산 롯데-넥센전은 비로 취소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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