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총선을 맞아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당 저당에서 경쟁이나 하듯 나름대로 쇄신상품이라는 것을 내놓으며 정치판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보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적쇄신을 기치로한 역대 최대 폭의 물갈이 공천이다.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 볼 때 선거 때마다 인적쇄신이라는 정치개혁이 거듭되어 왔으나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은 채 날이 갈수록 쇄신의 대상과 폭은 늘어나기만 하고 있으니, 왜 이런 현실이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국민모두가 뼈아픈 성찰의 계기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정치판에서의 인적쇄신은 우선 소위 정치꾼의 진입방지와 퇴출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일 것이다. 정치꾼은 정치를 빙자해 개인의 목적달성을 위해 꼼수와 모략, 줄서기, 편법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상배들이다. 이들이 설쳐대는 정치는 소모와 혼란을 거듭하게 되며 역사가 왜곡되기도 한다.
이런 정치꾼들이 제대로 퇴출되지 않거나 그럴듯한 모습으로 가장한 몹쓸 정치신인들의 진입을 눈감아 줄 때 인적쇄신은 언제나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으며 그 악순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과 민생의 허망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 동안 공천과정에서 잘못된 선택과 배제가 우리정치와 국민생활에 남긴 폐해에 대해 어느 정당, 어느 정치지도자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공천은 지역구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사람을 정당이 기꺼이 받아들여 감사한 마음으로 선거에 내세우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공천행태는 거꾸로 되어 정당이 임의적으로 고르거나 내려 보내는 사람을 지역구민들이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소위 낙하선 공천이 버젓이 횡행하는 등 숱한 잡음을 낳았다.
그 예로 18대 국회에서 의정활동 성적이 우수하고 공약이행실적이 높은 등 선거구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선량이 선명치 않은 이유로 낙마하거나 단지 비례대표였다는 점이 흠이 되어 출마할 곳을 얻지 못해 오락가락하고 다선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되는 등의 경우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정치적 무게와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는 등 과거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이 지역구 공천을 받거나 비례대표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번 공천 과정에서는 여·야 모두 '국민에게 감동을 줄 인물' '소통할 수 있는 신선한 인물' 고르기를 표방해왔으나 결과적으로는 특출한 인물은 그리 흔치 않고, 오히려 '억울하게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반발이 무성했다. 이번 공천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9대 총선 공천은 '공천개혁'이라는 평가와 '인위적 개편'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무튼 이번 총선 공천은 여야 공히 많은 말과 탈을 남긴 채 이제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진정 정치판 인적쇄신을 위해 이제 우리 유권자는 어떤 지혜와 결단이 필요할까. 누가 뭐래도 인적쇄신의 종결자는 정당이 아니라 우리 유권자임을 자부해야 한다. 정당별로 만들어낸 쇄신작품을 꼼꼼히 살펴 적격여부를 종결하는 유권자 고유의 자존과 가치를 지켜낼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겠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하여가 아니라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라는 말과 같이 공천을 잘못한 정당에 그에 상응한 책임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빠짐없는 투표로 할말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이제 정당이 민심을 외면한 이상한 공천을 할 때는 침을 뱉고 돌아설 일이 아니라 투표로 맞서 유권자가 인적쇄신의 판단자이자 종결자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본다. 정치를 혐오해 기권하는 국민은 혐오스런 정치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명언을 되새겨 볼 때다.
아무쪼록 이번 총선과 대선이 유권자들에 의한 인적쇄신 종결의 해가 되고 나아가 바른 공천의 중요성을 깨닫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갈망해 본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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