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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세손 정조와 스승 홍대용의 '왕세자 수업' 엿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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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세손 정조와 스승 홍대용의 '왕세자 수업' 엿보니…

입력
2012.03.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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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김도환 지음/책세상 발행ㆍ332쪽ㆍ1만5000원

영ㆍ정조 시대를 살았던 홍대용은 북학파 실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인문학은 물론 수학, 과학,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자랑했던 조선판 르네상스인이었다. 영조는 그를 세손의 스승으로 삼는다. 첫 서연(書筵, 왕세자의 공부)에서 정조는 <중용> 의 내용을 물으며 홍대용의 스승 자질을 시험한다. 어릴 때부터 신하들 앞에서 일부러 고전의 내용을 한두 군데 틀리게 외워 이를 지적하지 못하면 혼을 냈던 총명한 세손이었다. 이에 홍대용을 자신의 학문을 지나치게 자신하는 정조에게 배우는 자의 자세를 가르친다.

"대개 독서란 그 글의 의미를 마음 속에 잘 담는 것을 귀하게 여깁니다. 구절의 차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부끄럽게 여길 일이 아닙니다."

이 책은 정조의 서연을 기록한 <계방일기> 와 <영조실록> <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바탕으로 1774년 12월부터 1775년 8월까지 9개월 동안 열린 세손 정조와 홍대용의 서연을 재구성했다.

만남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홍대용의 막힘 없는 답변에 세손은 태도가 달라진다. 신하 유의양이 홍대용을 고문으로 두라고 추천하자 정조는 "몇 차례 보고 이미 그럴 만한 사람인줄 알고 있었다"고 대답한다. 홍대용 역시 세손의 영민함을 충분히 알고 있다. 특히 외척을 배척하고 재야에 숨은 덕망 높은 선비들을 중시하려는 세손을 보며 훌륭한 임금이 될 것임을 감지한 홍대용은 세손의 시대에 기대를 건다. 홍대용은 진심을 다해 자신이 평생 공부한 것을 가르쳤고, 세손에게 자신이 바라는 군주가 되길 간절히 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리는 정치상은 처음부터 달랐다. 정조는 홍대용이 '격물치지'와 실천에 대해 힘써 아뢸 때 '격물치지가 먼저이고 성의, 정심이 나중인 줄 누가 모르랴. 하지만 임금은 어려서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 평천하의 책임을 맡게 되는데 수신, 제가나 그 이전에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의 공부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치국, 평천하의 일을 버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홍대용은 백성을 위한 정치를 끊임없이 권했고, 어릴 때부터 당쟁을 보고 자란 정조는 현실 정치에 관심을 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계방일기> 를 중심으로 전후 조선시대 역사와 정조 서연의 대화를 해설한 이 책은 세손 공부방 안팎의 다양한 대화에 해설을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공자, 주자를 비롯해 송시열, 홍국영 등 당대 지식인 풍경, 사도세자 죽음을 둘러싼 외척과 늙은 임금 영조의 면면, 홍대용의 절친 박지원의 이야기를 엿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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