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총 AK47/ 마쓰모토 진이치 지음ㆍ이정환 옮김/ 민음인 발행ㆍ268쪽ㆍ1만3000원
전세계 소년병의 수는 2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3분의 1이 여자 아이들이다. 1990년 이후 10년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무력 충돌로 숨진 어린이 수는 200만명이다. 전쟁과 내전으로 불구가 된 아동은 600만명이 넘고, 가족이 숨지는 등의 공포와 충격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1,000만명을 헤아린다.
이런 참혹한 현장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총이 있다.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8세의 러시아군 설계기사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개발한 AK47 자동소총이다. 개발 2년 만에 양산이 시작돼 세계 군용 총기의 소형화, 자동화를 이끈 이 소총은 미국의 M16, 독일 G3와 함께 세계 3대 돌격 소총으로 불린다.
<역사를 바꾼 총 ak47> 은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20년 넘게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자가 AK47 소총을 소재로 아프리카의 내전과 분쟁, 범죄의 현장을 전하는 책이다. 15세기 들어 등장한 총이 전쟁의 모습을 바꿔놓은 건 사실이지만 무겁고 조작이 쉽지 않은 총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수년에 걸친 숙련이 필요했다. 저자는 자동소총이 그런 불편을 일소했다고 말한다. AK47은 특히 적당한 균형감 때문에 4.3㎏이라는 무게에 비해 가볍게 느껴져 다루기 쉽고 고장도 적어 몇 주만 손에 익히면 누구나 쓸 수 있었다. 소년병의 출현은 이 같은 자동소총의 등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다. 역사를>
전세계에 1억 정 정도가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총은 1960년대 이후 베트남, 쿠바, 모잠비크 등에서 식민지 해방 투쟁의 주역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내전과 이권 다툼의 현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개인 화기다. 냉전 시기 민족해방운동을 벌이던 각국이 그 운동을 외면했던 미국 대신 소련에서 대량으로 무기를 조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 이후 사회주의를 선언한 다수의 국가들은 냉전이 끝나면서 사회 체제가 급속도로 붕괴해 저자가 말하는 '실패국가'로 전락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게 됐고, 국민들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 총기를 소유하는 길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신문 연재 글이 바탕이 된 이 책에는 칼라시니코프 인터뷰도 실려 있다. "당신이 만든 자동소총이 세계 각지에서 혼란과 비극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슬픈 일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총을 관리하는 사람의 문제 아닙니까. 나는 나치 독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한층 더 성능이 우수한 총을 만들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책의 마지막에 정부와 국민이 흔쾌히 동의해 무기 수거에 성공한 소말리아 북서부 소말릴란드 공화국의 사례를 소개한 것은 AK47 같은 무기가 개입된 세계 각지의 참상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저자는 실패국가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기준의 하나를 '병사와 교사의 급료가 확실하게 지불되고 있느냐'로 본다. 그렇지 못한 국가로 원조가 흘러 들어갈 경우 그 나라를 '더욱 실패한 국가로 만들 뿐'이라고 강조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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