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이른바 '술ㆍ놀ㆍ돈(술 마시고 여성과 놀고 돈 버는)'유혹에 빠져 노래방 남성 도우미로 대거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0대 '꽃 미남'이 노래방 남성 도우미 시장의 주류였다면, 최근 고교생들이 술 마시고 놀면서 쉽게 돈 버는 도우미 활동에 대거 나서면서, 노래방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 대구의 고교생 도우미는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현지 교육당국은 실태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고교생 35명을 노래방 남성도우미로 알선하고 여자손님 접대비로 받은 금액의 일부를 갈취한 혐의로 권모(23)씨 등 노래방 남성도우미 전문 '보도방' 업주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4명은 대구의 대표적 조직폭력배인 동성로파 행동대원들로 2010년 초부터 최근까지 '더블유','겐죠' 등 불법 보도방을 차려놓고 10∼20명씩 10대 남성도우미를 확보해 일선 노래방에 공급한 혐의다. 또 권씨 등은 이들 고교생이 여성들로부터 시간당 팁 3만원을 받아오면 그 중 1만원을 소개비조로 갈취했다. 이들 학생들은 나이 든 여성들과 술 마시고 놀면서 돈도 벌 수 있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도우미 일을 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교생 도우미들은 오후 8, 9시부터 새벽까지 1, 2회, 많으면 3차례까지 노래방에서 여성고객들의 흥을 돋웠다. 하룻밤에 5시간 정도 도우미 일을 할 경우 수입은 평균 10만원. 단골 고객이 많은 고교생은 200만∼300만원의 월 수입을 올려 스마트폰 구입과 통신비,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고교생 도우미 중 6명은 온 몸에 문신을 하는 등 보도방 운영자들이 조직폭력배인 탓에 조폭 가입을 권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하는 고교생이 대구에만 수 백 명은 될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이 이번 단속에서 적발한 남성도우미 전용 보도방은 10곳으로, 업소당 10∼20명의 고교생을 확보해 대구 동구와 중구 등의 노래방에 소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래방 수가 이들 지역보다 훨씬 많은 수성구와 달서구, 북구 등에도 남성도우미 전용 보도방이 성업 중"이라며 "대구 전체 고교생 남성도우미는 5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실정인데도 정작 교육당국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남학생들이 노래방에서 여성손님의 흥을 돋궈 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실태조사를 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