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공약 중 의료 분야에서는 여야의 입장 차이가 확연하다. 새누리당은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전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파격적 공약들을 내놨다. 새누리당이 현행 틀 안에서 선별적 복지의 단계적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민주당은 의료 공공성과 보편적 복지 강화 등을 통해 큰 틀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민주당 공약이 실현되면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지지만 그만큼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사회적 동의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현재 6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0ECD) 국가 평균(85%)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새누리당은 2016년까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의 모든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의료안전망기금을 설치해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반면 민주당은 입원진료 보장률을 현행 63.8%에서 90%로 높여 병원비 부담을 대폭 줄이고 본인부담상한금액도 현행 200만~400만원에서 100만~2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환자 간병비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한편 의료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병원 등을 확충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진현 서울대 간호관리학과 교수는 "특정 질병에 따라 보장성을 높이는 새누리당 공약에 대해서는 환자들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지금도 암 질병의 본인부담금이 다른 질환에 비해 낮은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데, 질병과 상관없이 보장성을 높이는 게 사회보험제도의 기본 원리에 맞다"고 말했다.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새누리당 정책에 대해 "국민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고민을 적게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보편적 의료 보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선 정책 우선 순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교수는 "동네의원에서 해결할 것도 대형병원에 가는 게 문제인데, 입원진료 보장률을 먼저 높이면 외래환자를 입원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간병비까지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안은 재정 부담이 너무 크므로 당장 시행할 제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공약에 대해서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므로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 제기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소요 예산으로 8조 5,600억원을 잡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소요 예산이 13조 3,000억원에 달하는 민주당의 공약은 보험료 폭탄을 국민에게 안기게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민주당 공약이 한꺼번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료 인상 방안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밝히고 설득하는 것이 정책의 진정성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어느 선까지 의료보장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 동의"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현정부가 병원의 과잉 진료를 억제하기 위해 질병에 따라 보험급여를 정하는 포괄수가제를 일부 질병에 한해 실시하기로 했으나,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 교수는 "진료행위 건당 보험급여가 나오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보장성만 확대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정치권이 의료계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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