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9일 올해 12월까지 임기인 동반성장위원장 직을 9개월여 일찍 사퇴함에 따라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답변하겠다"고만 답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대선행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위원장 직 사퇴의 변을 통해"국민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동반성장의 세상을 어떻게 펼쳐 나갈 지 고민하고자 한다"며"사회가 함께 발전하는데 필요하다면 무슨 역할 어떤 방식이든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극화에 따른 민주주의를 경고하면서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을 위한 역할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선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 전 총리의 사퇴는 그간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최근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동반성장위원장 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대선 도전 가능성은 열어 놓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관건은 정 전 총리가 대선행보에 본격 뛰어들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하느냐다. 정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생각 박세일 대표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으로 들어가기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란 큰 산이 있어 부담이다. 더구나 박 위원장하고는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총리 시절 정면 충돌했었다.
이에 따라 정 전 총리는 박 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대선 유력주자들의 총선 이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세 확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정 전 총리가 최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 등을 잇따라 만난 것도 이 같은 정치적 구상과 연계돼있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 전 총리가 이날 사퇴의 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등 대기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대선주자로서 자신만의 아이콘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전경련이 과거 정ㆍ경유착 시대의 보호막 역할을 한 독재정권의 대체물"이라고 언급한 것은 우회적으로 박 위원장을 향한 견제구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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