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정국에서 여야가 '반값등록금' 공약을 두고 전선을 형성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25일부터 연일 "19대 국회 첫 회기 내에 입법을 매듭짓자"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답변을 요구하자, 새누리당도 29일 "민주당이 2배 올린 등록금, 새누리당이 반값으로 만들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양당의 대학 등록금 경감 대책은 방향부터 다르다. 새누리당은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민주당은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등록금 수준을 부담액 기준으로 50%까지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소득 계층별 혜택 수준을 30~90%까지 차등화하겠다는 방침인 데 비해 민주당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별적 복지' 대 '보편적 복지'의 대립구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된 데 대해선 의미를 부여했다. 이소정 남서울대 교수는 "고용과 노후에 대한 부담이 큰 40~50대 가장에게 대학 등록금은 이미 큰 부담이 되고 있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늦었지만 대학 등록금 문제가 공론의 장에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재정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한다면 전반적으로 교육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서민경제에는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의 접근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하 교수는 "대학교육을 공공재로 볼 경우 직접적인 재정투입이 옳겠지만 사적인 서비스에 가깝다면 시장의 잘못을 보정하는 정도여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학교육의 성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이 교수는 "교육ㆍ의료ㆍ주거 등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과 직접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국가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보편적 복지 쪽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허윤 서강대 교수는 "대학생의 학업을 보조하기 위해 중졸자, 고졸자를 포함한 국민의 세금을 대규모로 투입할 경우 우리 사회의 대학 진학률이나 대졸자 취업시장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대졸자 실업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재정 투입 자체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의 비판은 재원 문제에 집중됐다. 양당 모두 재정 투입을 얘기하면서도 세금을 더 걷지는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재원에 대해 얘기는 하고 있지만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며 "추가적인 세 부담 없이 다른 부분을 줄이겠다면 기준과 세목,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도 "어딘가에 쓰여질 수조원의 세금을 가져오는 게 말처럼 쉬우면 이미 실현됐을 것"이라며 "선거를 의식해 마치 등록금 부담 완화가 공짜로 얻어질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건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필요한 세출을 조정하더라도 예산의 총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면 결국은 다른 분야의 복지재원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정 투입이 효과를 거두려면 대학 운영의 효율성과 회계 투명성 확보를 통해 현재의 등록금 수준이 적절한지부터 따져봐야 하고,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민간복지 재원을 활성화시키는 차원에서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를 통한 장학금 지급 등에 대해서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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