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남자로 위장해 살아가는 여자들이 많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사회활동이 제한된 여아 대신 가계에 보탬이 되는 남아를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올해 22세인 북부 마자르에샤리프의 대학생 엘라하는 20년을 여성용 히잡 대신 남성용 하얀 터번을 두르는 등 남자로 분장하고 다녔다. 다른 남아들처럼 길거리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팔아 집안 살림을 도왔다. 딸만 셋인 집안에서 태어난 파리바 마지드도 남자아이 이름으로 수도 카불 등을 오가며 아버지 가게 일을 도왔다.
29일 BBC방송에 따르면 여자들의 취업과 운전,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등 여성에 대한 억압이 심한 아프간에서 딸을 많이 둔 부모들은 대부분 딸을 아들로 둔갑시킨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관습적인 측면이 크다. 딸만 넷인 아지타 라파트씨는 “아프간에서 명예와 돈을 누리더라도 사내 아이가 없으면 조롱거리가 된다”며 “그래서 딸들을 남자아이처럼 입히고, 이름도 남자처럼 지었다”고 말했다.
남자아이처럼 자란 여아들은 성인이 되면서 성 정체성 등으로 갈등을 겪는다. 엘라하는 “남자로 분장했을 때는 밖에 자유롭게 나갔는데, 여자로 다시 돌아오니 제한받는 일도 많고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여성 억압이 심한) 결혼은 꿈도 꾸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남아분장을 놓고 논란도 제기된다. 카불의 도드 라위시 사회학자는 “남아분장 관습의 기원은 수 천년 전 침략자로부터 아프간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이 남자로 분장하면서부터” 라며 “남아선호사상과 남아분장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발흐지역 인권위원회의 카지 세이드 모하메드 사미 회장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성(性)을 바꿀 권리는 없다”며 “인권에 위배되는 일이므로 당장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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