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인터넷 해외 구매족들이 신났다. FTA에 따른 관세철폐 외에 면세한도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그만큼 해외제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9일 관세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할 경우 상품가격과 배송비를 합해 15만원(제품가격 기준으로 대략 100달러)를 넘지 않아야만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관세청이 정한 구매대행사이트에서 외국제품을 구입할 경우 상품가격 200달러까지는 면세 받을 수 있게 됐다. 면세한도가 거의 2배로 높아진 셈이다.
관세청이 지정한 구매대행사이트(정식명칭은 특별통관 지정업체) 모두 72개. 예를 들어 해외 구매대행사이트인 ‘위즈위드’에서 190달러(한화 약 22만원대)짜리 트루릴리젼 청바지를 살 경우, 종전에는 면세한도 15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배송료와 수수료 및 관세 등을 포함해 총 27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한미 FTA 이후에는 200달러 이하 물품의 미국발 특송화물에 부과되는 관세가 폐지됐기 때문에 4만~5만원 가량 싼, 22만원 정도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해외 구매대행사이트에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고, 사이트들도 대대적인 가격할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현재 GS샵이 운영하는 해외구매대행 ‘플레인’에선 ▦31만9,800원에 판매되던 ‘마이클 코어스 젯셋 쇼퍼백’의 가격이 4만원 ▦‘토리버치 뱀피 클러치백’은 29만9,800원에서 5만원이나 내렸고 ▦24만9,800원짜리 ‘마크제이콥스 MBM2049’ 여성시계도 19만9,800원으로 5만원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한도를 넘어선 물품도 FTA의 관세 감면효과를 반영해 전반적으로 가격을 낮춰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 동안은 면세 효과가 있는 15만원 미만의 상품을 주로 취급했는데 이젠 그 이상 제품도 판매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의 선택폭도 그만큼 넓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관세청 지정 대행사이트를 통한 해외구매에만 적용되는 것이며, 이를 통하지 않는 ‘인터넷 직구(해외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구매하는 것)’는 종전처럼 15만원 면세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권하고 있다. 즉 인터넷 해외직구족들이 즐겨 찾는 갭이나 폴로 같은 미국사이트에서 구매한 물품은 확대된 면세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해외구매대행 사이트가 관세청 지정 72개에 속하는 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인터넷직구 보다 대행사이트를 통한 해외 인터넷구매가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도 변화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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