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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9범에서 희망전도사로 변신한 민학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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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9범에서 희망전도사로 변신한 민학근 목사

입력
2012.03.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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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두진아파트 단지 앞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붕어빵 노점상이 있다. 이 곳에서 붕어빵을 파는 이는 민학근(60) 새소망선교회 목사다. 그는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장발장 목사’로 통한다. 28일 저녁 노점을 찾았을 때에도 민 목사는 붕어빵을 굽느라 정신이 없었다.

민 목사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와 갈등으로 열세 살 때 가출한 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빵을 훔쳤다가 서울소년원에 처음 발을 들였다. “시장에서 버려진 과일껍질을 주어먹으며 살았는데, 하루는 배가 너무 고파서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경찰관에게 붙잡혔어요. 그 때 서울소년원에 20일을 지낸 것이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죠.”

그 때부터 민 목사는 살인과 폭력, 절도 등으로 전국 16개 교도소에서 14년 8개월 동안 복역하면서 전과 9범의 낙인을 얻었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교도소 선배의 꾐에 빠져 조직폭력단에 몸 담게 됐고, 급기야 1990년에는 조폭 두목을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13년간 교도소에서 지내야 했다. 그 가운데 11년은 독방에서 수 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등 자포자기하며 지냈다. 그런 그에게 그야말로 ‘도둑같이’ 변화가 찾아왔다. “제가 아집이 세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데, 담암선교회 위문집회 때 임석근 목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때 목사가 돼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평생 제가 지은 죄를 속죄하며 살리라 결심했습니다.”

그 날부터 그는 9년에 걸쳐 중ㆍ고교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통신신학과에 입학해 신학공부에 매진했다. 2004년 9월 출소한 그는 2008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청주시 수곡동 995번지 지하 40평에 새소망선교교회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이웃 돕기를 실천했다. 무엇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재소자를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정신교육, 면회상담, 선교활동 등 교화봉사는 물론이고, 가족이 없는 이들에게 영치금과 옷가지를 넣어주기도 했다.

“죄를 저지르고 직접 구감 생활을 해본 제가 재소자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그들이 제가 겪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비록 길거리에서 붕어빵과 삶은 옥수수를 팔면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100평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 더 편하고 즐겁습니다.”

동료 목사의 소개로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한 뒤에는 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아 번 돈으로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장애인 목욕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이들의 손과 발이 돼 주고 있다. 또한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부모가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 7명을 데려다 보살피고 있다.

민 목사는 좀 더 형편이 나아지면 잘 곳이 없어 길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잠이나마 편하게 잘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나눔이란 말 그대로 내 것을 쪼개어 준다는 의미”라며 “내게 남는 것이 있어야 다른 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비로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글ㆍ사진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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