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영혼의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그릇보다 속에 든 내용물이 중요하듯 육신보다 영혼이 더 고매한 가치와 중요함을 내포한다고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오히려 육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릇의 모양과 질에 따라 내용물이 평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필자는 이런 외형적 아름다움을 만드는 최전선에서 일한다. 환자의 건강상 불편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회복하도록 돕는다는 측면에서 분명 의료기관이지만, 성형외과는 환자의 신체적 고민과 더불어 심리적 고민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동시에 부여 받는다.
성형외과 환자의 고민은 대개 선천적 또는 후천적 신체 이상에서 나오거나 이와 관련된 정서적 결핍으로 표출된다.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평균적 미의 기준에 미달한 이가 느끼는 박탈감과 좌절감은 때로는 타인이 상상하기 힘든 큰 고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거대유방증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몸집과 가슴이 모두 작은 우리네 문화에선 풍만한 가슴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통 여성보다 두 배 이상 크고 무거운 가슴을 지닌 거대유방증 환자들은 가슴 무게 때문에 생기는 어깨, 목, 허리의 통증과 피로감, 어깨에 남는 브래지어 끈 자국, 가슴 밑의 튼 살, 유방에 생기는 통증 등을 견뎌내야 한다. 게다가 타인의 시선까지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한다. 부러움의 시선이든 성적 환상을 담은 시선이든 간에 환자를 몸서리치게 만드는데도 말이다.
대부분의 거대유방증 환자가 사춘기 시절부터 남다른 가슴 크기로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큰 가슴을 가리려는 무의식적인 방어심리와 외모 콤플렉스는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해 소극적인 성격을 만든다. 특히 예민한 사춘기 소녀들이 거대유방증을 겪을 경우 심하게는 사회심리학적, 정신적 발달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성형수술은 신체 기능과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동시에 마음의 고통도 봉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신체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내면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던 환자가 수술 후 느끼는 만족감과 행복감은 마치 오랜 지병이 근치돼 건강을 되찾은 것에 견줄만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순기능 외에 심리적 문제를 신체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려는 성형중독 역시 존재한다. 필자가 환자를 만날 때 항상 주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은 영혼의 그릇이고 그릇이 내용물의 본질을 흐릴 수 없듯이 육체의 조건이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못한다. 만들어지면 끝일 뿐인 그릇과는 다르게 육체는 타고난 후에도 가꾸고 꾸밀수록 더 아름답게 빛난다. 바로 여기에 성형외과 전문의의 소명과 소임이 있다.
BR바람성형외과 원장·유방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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