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의 본격 기지개가 시작됐다. 19세기 파리,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푸치니의 '라 보엠'이 출발의 신호탄으로 선정됐다. 지휘자 정명훈씨와 이탈리아의 오페라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가 빚어낼 화려한 무대 언어는 이 오페라에서 파생된 뮤지컬 '렌트'의 무대와는 다른 차원의 감동을 제공한다.
2009년 '이도메네오', 2010년 '시몬 보카네그라'에 이어 국립오페라단과 세 번째 만남인 정씨는 한층 원숙해진 무대 언어를 선보인다는 각오다.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한국 무대와 인연을 맺은 이탈리아 연출가 마르코 간디디와의 두 번째 작업이기도 하다. 정치 오페라에서 확인된 두 사람의 협업이 미묘한 감정선을 축으로 한 이번 무대에서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관심을 모은다.
미미 역의 소프라노 김영미와 홍주영, 로돌포 역의 테너 김동원과 강요섭 등 더블 캐스팅으로 선보일 주요 커플의 대결 또한 주목된다. 경쾌하고도 무대를 꿰뚫는 목소리로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도이체오퍼에서 전속 주역 가수로 활동중인 테너 강요섭, 지난해 제노바 카를로펠리체 극장에서 미미로 발탁돼 최고의 미미라는 찬사를 따낸 리릭 소프라노 홍주영 등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얼굴들이 본격 신고식을 치르는 자리다.
현대화보다 리얼리즘의 길을 택한 무대 미술은 보다 안정된 시각적 환경 속에서 고전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배역의 성격과 감정을 반영하는 1830년대 파리의 의상은 시대 고증을 거쳤다. 여기에 다락방과 카페 등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처리, 둘 사이에서 빚어지는 미묘한 길항감을 따라가는 것이 객석의 또 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그러나 단연 압권은 '내 이름은 미미', '그대의 찬 손' 등 걸작 아리아들이다.
이 무대는 5월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 아시아 진출을 모색 중이다. 4월 3~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5363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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