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 승객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새삼 놀랐다. 1990년대에는 지하철에서 하는 일은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이 대다수다. 가끔 무가지를 읽는 사람 외에 책을 읽는 사람은 소수다. 대학가 도서관에도 책 읽는 학생보단 수험서나 영어교재를 읽으며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 독서율은 2009년 71.1%에서 2011년 66%로 하락했다. 유럽 선진국 독서율 80%와 견주었을 때, 우리의 '책 읽지 않는 사회' 란 말을 실감한다.
조선 후기 북학파 실학자인 이덕무는 책에 미친 바보란 의미인'간서치(看書痴)'라 불릴 정도로 생전에 무려 2만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가장 창의적인 CEO로 칭송받는 스티브 잡스는 대학 때 가장 가치 있던 일이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라 했다. 자신의 성공은 독서에서 비롯됐다는 빌 게이츠도 독서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그 외 역사상 모든 위인들 중 독서를 강조하지 않은 이가 없다. 알면서도 독서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일까. 요즘 각 지자체와 출판업계는 북카페 조성으로 분주하다.
우리 구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구청사 1층과 동 주민센터, 성수동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등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동 주민센터에는 기존 도서관을 어린이 작은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했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방문한 엄마들도 차를 마시며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모자 복합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얼마 전 왕십리 광장엔 무인도서관도 생겼다. 효용가치가 떨어진 빨간 공중전화부스를 재활용한 것이다. 무인도서관 안의 책들은 새마을 문고의 도움을 받았다. 한양대생들의 재능기부로 꾸며진 빨간 전화부스가 주민들의 눈길을 끈다면, 그 안에 담긴 양서들은 주민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창의적인 발상에 응원을 보내주고 있는 주민들 덕분에 구 청사 주변에 유사한 무인도서관을 곧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는 못쓰게 된 공중전화부스를 응급장비보관소와 작은 미술관으로도 활용한다 하는데 검토해 볼만하다. 또한 사무실 한 켠에 작은 문고를 비치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직원들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기부해 동료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북카페는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도서관 건립 비용은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거나, 재활용 공중전화부스 같은 북카페는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도록 독서 분위기도 만들어낸다. 10분내 거리에 있는 북카페들은 주민들의 보편적 독서접근성을 높인다. 주민센터 한 켠에 있는 북카페는 주민 사랑방으로도 활용되어 더욱 인간적이다. 이젠 책 읽는 습관만 들이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국민 독서의 해'로 지정했다. 하루 20분씩 1년에 12권을 읽자는 독서운동을 추진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시 고위직 간부들과 '書路함께' 라는 독서모임을 연다. 시정 현장도 책을 통해 논하고자 하는 것이다. 독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어디서나 가득하다.
민간의 도서관 사랑도 각별해야 할 것이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미국의 공공도서관 1만 6,000여개 중 2,509개의 도서관을 헌납했다. 카네기는 아직도 '도서관의 수호신'으로 칭송받으며 존경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독지가와 민간기업 등이 도서관 투자를 통해 사회공헌을 한다면 독서 열기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책 권하는 사회 분위기를 따라 오늘은 북카페 서가에 꽂힌 책 한 권을 꺼내들자. 진한 커피향은 덤으로 다가오려나.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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