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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이 버려지는 카드가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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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이 버려지는 카드가 안 되려면

입력
2012.03.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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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조폭영화가 많이 나왔다. 이런 조폭영화들에서 조폭 두목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묘사된 모습 중에 하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부하들을 희생양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그리고 조폭의 비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른바 해결사를 동원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아예 묻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신문지상에는 생각하기도 싫지만 자꾸 이런 영화들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기사들이 많다. 바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아직 그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로만 보면 이 사건은 위의 조폭영화들과 너무나 흡사하다.

먼저 희생양을 내세우는 모습이 비슷하다. 첫 번째 희생양은 아직 누구인지 밝혀지지는 않은 몸통을 숨기기 위해 떠밀린 장진수 전 주무관이다. 두 번째 희생양은 배신감을 느껴 폭로하기 시작한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자신이 바로 몸통이라며 형사처벌, 나아가 국민의 비웃음까지 살 각오로 나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다.

다음으로 조폭의 해결사가 동원되는 모습 역시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사건을 '묻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검찰'이다. 그런데 장 전 주무관은 바로 이 검찰에 의한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검찰은 처음에는 청와대 소속으로 대포폰을 건넨 최 전 행정관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고, 다섯 번째 조사에 이르러서야 대포폰을 건넨 것에 대해 물었지만 해당 조서는 재판에 제출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장 전 주무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민간인 사찰을 수사하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증거인멸을 확인하려고 계획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최 행정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과 모두 얘기가 끝난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하니 검찰이 증거인멸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조폭영화는 조폭이 일망타진되면서 끝난다. 이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정권 중에서 자칭 가장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의 결말이 자못 궁금하다. 그런데 이 번 사건이 통상의 영화와 다른 점은 대부분 영화에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등장해서 조폭을 일망타진하는 반면, 이번엔 검찰이 바로 일망타진되어야 할 조폭의 해결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사건은 자칫 악하더라도 힘만 있으면 된다는 비관적인 결말로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들이 과연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 국민들은 이런 씁쓸한 결말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차라리 시나리오와 출연진을 바꿔 새로 영화를 찍는 걸 원할 것이다. 시기도 좋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를 새로 찍기 위해 국민들이 가장 먼저 버릴 카드는 현재의 검찰일 것이다. 2009년 4월 법률신문이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검찰의 과제'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답변이 48.9%였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와 그의 서거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더욱 하락하여, 2009년 10월 한신문이 변호사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답변이 무려 78.8%에 이르렀다. 이렇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여 권력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검찰이 있는 한 국민을 위한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이 이 사건을 통해 버려지는 카드가 되고 싶지 않다면 민간인 사찰의 보고라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수사할 뿐만 아니라 사건을 수사했던 자기 식구들까지도 철저히 수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권력의 해결사'가 아니라 '국민의 해결사'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박주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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