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머리 좀 쓰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미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비난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주적"이라고 한 롬니 전 주지사의 발언에 대한 맞대응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7일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뒤 연 기자회견에서 "롬니 전 주지사를 포함한 모든 미 대선 주자들에게 최소한 두 가지를 권고하고 싶다"며 "어떤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기 전 머리로 생각해서 합리적인 근거를 대라는 것과 시계를 확인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도 아니고 지금은 2012년"이라며 "소속 정당이 어디든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제1 적"이라고 한 롬니 전 주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러시아 정상이 미 유력 대선 주자를 비난한 것은 외교적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롬니 전 주지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열린 미ㆍ러 정상회담 결과를 논평하는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북한과 이란 등 국제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국가를 보호해 주는 나라가 러시아"라고 지적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롬니 전 주지사의 발언에서는 할리우드 냄새가 난다"며 "냉전시대에나 나올 법한 말"이라고 비꼬았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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